(수원=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꾸준함이 제 장점인데…. 개근상 받은 느낌이 들어요."
여자 프로배구 현대건설 황연주(31)가 '프로배구 1호' 5천 득점 위업을 달성하고 활짝 웃었다.
5천 득점 고지를 밟은 선수는 황연주가 남녀 불문하고 대한민국 1호다.
황연주는 5일 경기도 수원체육관에서 IBK기업은행과 벌인 V리그 홈 경기에서 10득점을 올리며 개인 통산 5천 득점을 채웠다.
팀은 세트 스코어 2-3으로 패했지만, 5세트 막판 황연주의 5천 득점 대기록이 나오는 순간에는 관중 모두가 박수를 보냈다.
경기 후 황연주는 "2주 전부터 모두가 5천 득점을 기대해서 부담도 됐다. 최대한 빨리하고 부담을 떨치고 싶었다. 오늘도 못 할 뻔했다. 마지막 5세트에 블로킹을 안 잡았더라면 또 다음 경기로 넘어갈 뻔했다"며 웃었다.
황연주는 "근래 2∼3경기가 너무 소중하게 느꼈다. 다들 기대를 해주셔서…. 저도 빗맞은 점수라도 좋으니 제발 빨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후련해 했다.
하지만 "팀이 이기면 좋은데…. 조금 점수가 밀리고 있을 때 5천 점을 해서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록 달성보다 팀이 이기는 게 더 좋은 것 같다. 오늘도 마음 한편이 불편하더라"라고 털어놨다.
6천 점도 가능하겠느냐는 질문에 황연주는 "지금처럼만 꾸준히 한다면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자신감을 보이면서도 "더 잘해야 할 수 있다. 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2005년 출범한 프로배구 원년 멤버인 황연주는 5천 득점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 자신이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다.
황연주는 "나중에 다른 사람의 잣대가 된다는 점에서 엄청나게 의미 있게 다가온다. 나중에는 다른 선수가 저보다 얼마나 빨리했는지 비교하게 되지 않겠나. 그 이야기를 처음 듣고 눈물이 날 뻔했다. '나 좀 열심히 했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며 눈시울을 촉촉하게 적셨다.
5천 득점 비결에 대해 황연주는 "꾸준함"이라고 말했다.
그는 "개근상 같은 느낌이다. 한 경기도 빠지지 않고 열심히 하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고비도 있었다.
황연주는 "제가 공격적인 선수인데, 용병들도 오고, 선수들의 신장도 커지면서 제가 약한 모습을 보이게 됐다. 그런 과도기를 지날 때 힘들었다. 그렇다고 안 할 수는 없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한 단계 이겨냈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의 신장도 커졌지만 저는 더 노련해져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공격이 안 돼도 수비나 다른 부분에서 해줘야 한다고 마음을 바꿨다"고 꾸준함의 비결을 공개했다.
황연주는 "중학교 때 배구를 시작해서 처음에는 프로에 올 생각도 없었다. 너무 늦게 시작했고 다른 선수들보다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처음 5년 계약을 했을 때 5년만 버티자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여기까지 왔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그때는 왜 그런 생각을 했을까. 더 열심히 했다면 더 빨리 5천 득점을 했을 텐데"라고 아쉬워하기도 했다.
황연주는 팀이 없었다면 자신도 기록을 달성하지 못했을 거라면서 "상금을 받으면 팀원들에게 작은 선물을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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