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블랙리스트' 폭탄 맞은 한국…국가브랜드 훼손 불가피

입력 2017-12-06 16:00   수정 2017-12-06 17:51

'EU 블랙리스트' 폭탄 맞은 한국…국가브랜드 훼손 불가피
OECD 국가 중 첫 비협조적지역 '불명예'…몽골·튀니지 등과 명단 포함

(세종=연합뉴스) 민경락 기자 = 한국이 유럽연합(EU)이 발표한 조세 비협조적지역(Non-cooperative jurisdiction) 명단에 포함되는 과정에 대해 정부가 속 시원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논란이다.
EU의 논의 과정이 지난 1년여간 진행됐다는 점, 유사한 제도를 운용하는 국가 중 유독 한국만 명단에 포함됐다는 점 등에 비춰 우리 정부의 소홀한 대응이 문제를 키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6일 EU와 정부 등에 따르면 EU는 전날 한국을 포함한 조세 비협조적 지역 블랙리스트 17개 국가 명단을 발표했다.
조세 비협조적 지역은 외국인에 과도한 세제 혜택을 부여해 국제적으로 부당한 조세 경쟁을 유발하는 국가를 뜻한다.
한국이 비협조지역 블랙리스트 명단에 포함되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첫 지정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한국이 비협조지역 블랙리스트 명단에 포함될 것이라는 예상은 누구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충격은 컸다.
정부는 EU의 발표에 강한 유감을 표명하면서 EU의 결정이 국제 기준이 부합하지 못하며 조세 주권 침해 우려가 있다고 반발했다.
특히 지난 9월 OECD·G20(주요 20개국)의 BEPS 프로젝트에서도 우리의 외국인 투자지원제도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는 점을 내세웠다.
하지만 정부는 EU의 '화살'이 수많은 외국인투자지원 국가 중에서 왜 한국으로만 향했는지에 대해서는 속 시원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한국과 함께 명단에 오른 국가들을 보면 미국령 사모아, 바레인, 몽골, 튀니지, 세인트루시아 등 경제 규모나 인지도 측면에서 작지 않은 차이가 있는 국가들이다.
한국의 외국인 투자지원 세제가 다른 국가에 비해서 어떤 면이 문제가 있다고 평가를 받았는지에 대한 자료도 정부는 전혀 확보하지 못한 상태였다.
안택순 기재부 조세총괄정책관은 "다른 나라도 외국인투자유치를 위해서 세제 지원을 하고 있는데 조금씩 차이가 있다"며 "우리나라와 일률적으로 비교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과 환경이 비슷한 다른 국가들은 왜 빠졌는지 조사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U의 조세 비협조지역 블랙리스트 지정에 따른 구체적인 제재 내용과 향후 영향에 대해서도 과거 사례가 없다는 이유로 정부는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제재 방법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번 지정이 첫 사례라 정확한 내용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EU의 비협조지역 블랙리스트 지정 작업이 1년여간 진행됐다는 점에 비춰보면 쉽게 납득이 어려운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설마 한국을 블랙리스트에 올리겠느냐"는 안이한 대응이 화를 불러왔다는 분석마저 있는 실정이다.
지난 1년간 EU와 블랙리스트 명단 지정을 위해 꾸준히 소통했고 그 과정에서 EU의 경고가 있었지만 이에 대해 적절하게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EU의 블랙리스트 지정이 국제 관행이나 절차적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해도 일단 한국은 이번 명단 발표로 그간 쌓아온 국가 브랜드가 훼손되는 손해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정부가 EU의 결정에 반발하고 그 의미를 과소평가하는 것에 앞서 향후 영향에 대한 전망과 이에 따른 구체적인 대응 방안에 고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안 국장은 "OECD 등에서 우리 제도가 투명하고 공정하고 국제적 규범에 적합한 제도라는 점을 공인받았다"며 "담당 국장이 한국의 입장을 설명하기 위해 지금 EU로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roc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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