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연합뉴스) 류정엽 통신원 = 대만에서 '역사바로세우기' 법안이 가결되면서 독립성향의 차이잉원(蔡英文) 정부가 추진하는 탈(脫) 장제스(蔣介石·1887∼1975) 작업이 한층 속도를 낼 전망이다.
6일 대만 연합보와 중앙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입법원에서 역사바로세우기 법안인 '촉진전형정의조례'(促進轉型正義條例) 법안이 최종 심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행정원이 설치할 독립적인 위원회는 과거의 정치관련 문서 공개와 함께 독재정권의 권위주의 상징을 제거하는 한편 사법부의 과거 불법행위를 바로 잡는 등의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위원회는 또 계엄시대의 피해자 또는 피해 가족의 명예 회복과 이에 대한 배상 절차를 밟게 되고 당시 부당한 처분은 모두 철회하는 일도 맡게 된다.
위원회 조사를 거부하는 당사자에 대해서는 조사에 응할 때까지 최대 50만 대만달러(약 1천900만원)의 범칙금도 부과된다. 위원회는 최종 조사보고서를 제출한 뒤 해체된다.
법안은 특히 1945년 8월 15일부터 1992년 11월 6일까지를 대상기간으로 설정, 전적으로 대만 국민당 계엄통치시대를 겨냥했다. 중국에서 창당된 국민당은 대만으로 패퇴한 뒤 1949년 5월 20일부터 본격적인 계엄 통치를 폈다.
위원회가 본격 가동되면 대만 타이베이의 명소이자 장제스를 기념하는 중정기념당이 역사 바로세우기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정(中正)은 장제스의 다른 이름이다.
입법안이 통과되자마자 정리쥔(鄭麗君) 문화부장(장관)은 법에 따라 사회적 토론을 거친 뒤 중정기념당을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생활공간으로 탈바꿈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정 부장은 그러면서 권위의 상징을 지우고 불의(不義)의 잔재를 남겨놓는 건 역사바로세우기 작업의 하나라고 강조했다.
특히 원주민 학살사건인 2·28사건 진상규명 작업도 본격적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차이 총통은 올해로 70년이 된 2·28사건 기념식에서 "정의의 실현은 정치투쟁이 아니며 온 국민이 향해 나아가야 할 미래"라며 "역사적 화해는 진상규명 후에 이뤄진다"고 말했다.
2·28 사건은 1947년 당시 장제스(蔣介石) 국민당 정권의 담배 암거래상 단속을 계기로 항의 시위가 거세지자 군을 동원해 원주민 2만8천 명을 학살한 사건이다.
대만내 학교명과 도로명에서 가장 흔히 사용되는 중정이란 명칭도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대만 전국 25개교 이상의 초중고등학교 이름이 중정이다.
판원중(潘文忠) 교육부장(장관)은 이번 법안은 아주 명확하다며 학교와 지방정부와 논의를 거쳐 법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차이 정부가 추진하는 역사바로세우기는 원주민의 역사가 배제돼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만 원주민 가수 출신인 가오진수메이(高金素梅·52·무소속연맹당) 입법위원은 1895년 일본군이 대만을 공격하기 시작해 138차례 토벌을 진행하면서 토지를 약탈했고, 이를 국민당에 넘겨줬다며 4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원주민 역사도 본 법안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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