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해결에 지구촌 전체가 나섰다"

입력 2017-12-06 17:15  

"북핵 해결에 지구촌 전체가 나섰다"
유엔 사무차장 방북…캐나다 유엔참전국 회의에 이란 핵협상 모델 거론도
북핵 6자회담보다 폭넓은 다자회의로 한반도 군사긴장 악순환 탈출 모색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북한의 장거리탄도미사일 화성-15의 발사를 계기로 다시 한반도 군사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제프리 펠트먼 유엔 사무차장이 5일 북한 방문 길에 오른 데 이어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북미에선 캐나다가, 유럽에선 독일이 북핵 위기 해결에 능동적인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미국은 펠트먼 차장의 방북을 통해 미국 측 메시지를 동봉한 것은 없으며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해결을 보기 원하지만, 지금은 대화할 시기가 명백히 아니다"고 못 박았다. 북한 역시 미국과 협상 의사를 내비치면서도 핵보유국 지위 인정을 조건으로 내세움으로써 북핵 해결의 관건으로 간주되는 북미 대화가 이른 시일 내 성사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럼에도 유엔과 캐나다, 독일의 움직임에 눈길이 가는 것은 미국과 북한이 주고받는 군사적 위협을 통해 충돌 지수가 올라가는 악순환의 고리에서 빠져나와 선제공격이나 우발충돌로 인한 전쟁 위험을 낮추고 평화적 해결책을 모색하는 계기가 마련될 수도 있지 않으냐는 기대 때문이다.
북핵은 이제 한반도나 동북아를 넘어 전 지구적 차원의 위협이 됐다고 서방은 간주하고 있다. 북한 핵미사일의 공격 범위와 이를 빌미로 한 북미 간 전쟁과 그로 인한 세계 안보와 경제 교란 가능성을 고려하면 그렇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북한의 위협이 지구적 차원으로 확대됐다는 이유에서 북한에 대한 전면적인 경제·외교 제재에 세계 각국이 적극 참여할 것을 독려하고 있다.
영국도 자신들이 북한 핵미사일의 사정권에 들었다고 우려했다. 캐나다의 CBC 방송에 따르면, 캐나다 정부는 각종 비상사태에 대비한 기존의 비상계획에 더해 북한의 핵미사일이 직접 캐나다를 겨냥했거나 미국을 향하다 캐나다에 떨어지는 상황 등을 고려해 이미 지난해 8월 2개의 군사기지에 연방정부 내각이 들어설 비밀벙커를 마련했다.
그러나 캐나다는 대북 제재 강화엔 찬성하면서도 대북 군사옵션은 배제하는 입장이다. 외교적 해법을 추구해야 하고 외교적 해결의 희망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유럽에선 독일이 같은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시사한 접근법은 아직 구체적인 내용물을 담고 있진 않지만, 국제 사회에서 힘깨나 쓰는 나라들을 많이 참여시키는 다자회의를 출발점으로 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기존의 북핵 6자회담보다 범위가 훨씬 넓다.
북핵 6자회담은 이미 오래전에 사실상 사망 선고를 받았다. 북한의 핵 포기를 전제로 한 회담이기에 현 상황에서 대화를 시작하는 장으로 재활용하기 쉽지 않다.
메르켈 총리가 언급한 이란 핵 협상 모델의 다자회의에 앞서 트뤼도 총리의 다자회의가 현재 계획대로라면 내년 1월 캐나다 밴쿠버에서 먼저 선보인다.
초청 대상으로 거론되는 약 20개 국가 가운데 한국전에 유엔군 깃발로 전투병을 파병한 참전국들이 대다수(캐나다 더스타닷컴에 따르면 에티오피아와 룩셈부르크는 초청 대상에서 제외)라는 점에서 이 외교장관급회의의 공동 주최국인 캐나다와 미국의 의도가 궁금증을 낳는다.
일각에선 미국 측이 대북 해상봉쇄나 차단을 거론하면서 이 회의 개최 사실을 밝힌 데다 휴면 상태인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 가입국과 겹치는 나라가 많은 점 때문에 해상봉쇄용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됐다. 하지만 이는 캐나다의 기조와는 다르다. 더구나 중국도 초청 대상에 포함됐다.
이와 관련, 일본의 극우성향 산케이 신문은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회의 목적이 대화를 포함한 비군사적 해법을 모색하자는 데 있는 것을 일본 정부가 알고 미국과 캐나다에 불쾌감을 표시하며 연내 개최를 거부하고 내년으로 미뤘다고 보도했다.
강경화 외교장관과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캐나다 외교장관간 지난 1일 전화통화에서도 프리랜드 장관은 이 다자회의가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고, 강 장관도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캐나다 주최 다자회의는 일단 북한을 초청 대상에서 제외했다. 새로운 북핵 해법을 찾기 위한 각국의 지혜를 듣고 난상토론을 해보자는 취지라는 것이다. 미국의 공식 입장은 대북 압박을 위한 "국제 사회의 단결"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일부 캐나다 언론은 "옛 동맹국들이 한자리에 모여 한국전의 공식 종전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면" 이라거나, 핵미사일 프로그램 포기 의사를 밝히기 전엔 북한과 대좌하지 않겠다는 미국과 핵보유국 지위 인정과 자국 안보에 대한 보장을 요구하는 북한 사이에서 캐나다가 "가교 역할을 할 가능성" 등을 거론하며 북미대화의 사전 정지 역할을 기대했다.
"이 회의에서 어떤 기적적인 일이 일어날 것을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지만, 세계가 북핵 문제로 인해 빠진 궁지에서 빠져나올 방향을 찾을 수는 있을지 모르겠다"고 더스타닷컴은 희망했다.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 9월 앞으로 북핵 회담에 "독일의 참여를 요청받으면 나는 즉각 '예스'라고 할 것"이라고 독일 언론과 인터뷰에서 밝히고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과 독일이 이란과 협상을 통해 핵협정을 타결한 전례를 들었다. "이러한 형태의 회담이 북핵을 둘러싼 갈등을 종식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유럽과 그리고 특히 독일은 매우 능동적인 역할을 할 준비를 갖춰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와 관련, 마이클 팰런 영국 국방장관도 북한의 핵 프로그램이 런던을 공격할 능력을 갖추기 전에 이를 중단시켜야 한다면서도 전쟁은 "무슨 일이 있어도" 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란 핵 협상은 처음엔 유럽 나라들 사이에서 시작됐으나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과 독일로 확대됐고, 종국적으론 미국과 이란 양자협상 위주로 진행돼 합의를 이룬 후 다른 참여국들이 지지·보증하는 방식으로 끝났다. 미국은 이란과 협상 상대인 5+1을 예민한 미·이란 양자협상의 가림막으로 활용한 셈이다.
메르켈 총리는 대북 제재엔 찬동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시사하는 군사옵션에 대해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북핵 문제를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간 예측 불가한 결투에만 맡겨둘 수 없다"는 생각이라고 루트거 폴머 전 독일 외교차관은 지난 4일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설명했다.
이에 따라 독일 정부는 북한과 단교하라는 미국의 요구에 북한과 소통 채널의 필요성을 내세워 응하지 않고 있다.
독일과 캐나다는 서방 국가들치고는 북한을 배척하지 않고 비교적 관여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어서 북한이 신뢰하는 편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yd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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