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예산정국 끝나자마자 '바른정당 통합론' 갈등 재점화
"외연확대 치열하게 논의해야" vs "무망한 설득 하지 말라"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한지훈 기자 = 국민의당은 6일 예산 정국이 끝나기가 무섭게 바른정당과의 연대·통합 논의를 둘러싼 찬반 양측의 내부 갈등이 재점화하면서 다시 혼란스런 국면으로 접어드는 분위기다.
안철수 대표는 이날 오후 통합 반대파인 호남 중진 주축의 '평화개혁연대'의 첫 공식행사에 참석했다가 참석자들로부터 거센 야유를 받았다.
안 대표가 국회 의원회관의 행사장에 도착하자 좌중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오기는커녕 싸늘한 공기가 감돌았다.
오히려 안 대표의 통합 드라이브에 정면 반발하고 있는 정동영 의원이 입장했을 때 우레와 같은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와 대조를 이뤘다.

안 대표가 축사를 위해 단상에 오르려 하는 순간 한 남성이 "통합에 반대한다, 안철수는 물러가라"라고 소리치며 구호를 유도하자 장내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나가라", "철수하라", "꺼지라"는 말도 들렸다.
안 대표가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국민의당의 역할과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지혜를 모아달라"고 말했지만, 곳곳에서 터지는 고성과 야유에 제대로 인사를 마무리 짓지 못한 채 결국 박지원 전 대표의 안내를 받아 일찌감치 자리를 떴다.
애초 안 대표는 이날 오후 수권비전위원회 발대식 행사에만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정 의원 측에서 초청장을 보낸 사실을 뒤늦게 알고는 일정을 바꿔 평화개혁연대 토론회에 먼저 들른 것으로 알려졌다.
안 대표는 행사 후 기자들과 만나 "선동하는 몇 사람은 항상 있게 마련이고, 일일이 반응할 필요는 없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소리 내 웃기도 했다.
그는 "전국선거를 위해서는 3자 구도로 선거를 치러야 한다"면서 "어떻게 외연을 확대할지, 연대도 있고 통합도 있을 텐데 각각 의견이 다른 부분에 대해 치열하게 논의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는 이번 주말부터 3∼4일에 걸쳐 광주·전남·전북을 돌며 당의 진로에 대한 호남의 민심을 청취한다는 계획이다.
친(親)안철수계 인사들도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통합 추진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하며 안 대표에 힘을 실었다.
장진영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서울·경기·충청·강원·영남·제주 이런 지역의 원외 위원장 절대다수는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찬성하는 입장"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우리 당 40명 의원 중 호남 중진 몇 분의 목소리만 들린다"면서 "비호남 지역위원장들이 풍찬노숙하며 작년 총선에서 (정당득표율) 26.74%를 건져 올리는 동안 9명 보좌진과 지방의원들을 거느리며 특급호텔에 지내온 셈인 호남 중진들은 초라한 성적을 거뒀다"고 직격하기도 했다.
의원직 상실에 따라 이날 최고위원직 사의를 밝힌 최명길 전 의원은 "외연을 넓히는 것을 주저하고 망설이는 정당은 소멸한다"며 "국민의당은 지지자와 당원을 보고 과감하게 변신할 때 국민의 마음을 다시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호남계 의원들은 '국민의당 정체성 확립을 위한 평화개혁세력의 진로와 과제'를 주제로 열린 평화개혁연대 세미나에서 세를 과시하며 통합 불가 방침을 재천명했다.
천정배 전 대표는 행사 후 당 분열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안 대표를 겨냥해 "통합하려고 했는데 그러면(분열되면) 또 아이러니"라면서 "당을 확대하고자 하는 것인데, 있는 당까지 분열되는 것은 좀 우스운 짓"이라고 비꼬았다.
박지원 전 대표는 행사 후 기자들과 만나 "다수 의원이 이렇게 평화개혁의 기치 아래서 요구한다면 통합을 중단하고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대표가 통합에 반대하는 참석자들의 항의성 요구를 두고 '몇 사람의 선동'이라고 표현한 데 대해 박 전 대표는 "그렇게 받아들이면 지도자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안 대표의 호남 방문 계획에 대해서도 "그런 무망한 설득은 할 필요가 없다"며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정치평론가인 김홍국 경기대 겸임교수는 발제문에서 "안 대표가 혐오했던 불통과 독선이 당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면서 "그의 리더십은 당내에서도, 지지층에서도, 국민에서도 상당 부분 신뢰를 상실했다"고 작심 비판했다.
그는 "민주적 절차와 소통과정 없는 결단은 더 큰 우를 범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통합 추진이 득보다 실이 크다고 지적했다.
"'여의도 회군'을 통해 당내 단합을 모색하는 새 길"이 내홍을 봉합하는 해법이라는 게 김 교수의 생각이다.
유성엽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 출연해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에는 사실 생각의 일치가 적다"고 비판했다.
d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