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윤리법이 연구개발 가로막아"…과학계, 개정 요구

입력 2017-12-07 10:30  

"생명윤리법이 연구개발 가로막아"…과학계, 개정 요구
과기정통부, 국회 포럼서 의견수렴 결과 발표
"유전자치료 질환범위 규제 폐지하고 배아연구의 내용 규제없어야"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생명과학 연구자들이 현행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생명윤리법)이 혁신적 연구개발(R&D)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배아 연구와 유전자치료 연구를 포괄적으로 금지하고 예외적으로만 승인하는 등 요건이 지나치게 엄격해 제때 연구를 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현행법의 문제와 한계를 꼼꼼히 지적한 과학기술계의 의견과 규제완화 건의를 생명윤리법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에 전달키로 했다.



과기정통부 서경춘 생명기술과장은 7일 국회에서 열린 '제9회 바이오경제포럼'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바이오 R&D 혁신을 위한 생명윤리법 개정 방향'을 발표했다.
그는 생명윤리법 관련 바이오 규제현황과 주요 이슈를 설명하면서 "현재 국내에서는 '원칙적 금지, 예외적 승인'의 '포지티브 방식 규제'가 이뤄져 매우 제한된 범위의 연구만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현행 생명윤리법 제47조는 유전자치료 임상연구 질환의 범위를 '암, 후천성면역결핍증, 생명을 위협하거나 심각한 장애를 일으키는 질병'에 한정하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현재 이용 가능한 치료법이 없거나 유전자치료의 효과가 다른 치료법과 비교하여 현저히 우수할 것으로 예측되는 치료를 위한 연구'만 허용하고 있다.
유전자치료는 배아·난자·정자·태아에 할 수 없다.
법 제29조와 31조는 배아연구의 범위를 난임치료, 근이양증, 희귀난치병 등 22개 질환에 대한 연구로 한정한다. 난임치료 시술에 쓰고 남은 동결 잔여배아·잔여난자만, 그것도 보존기간(5년)이 지난 경우에만 연구에 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기초연구(비임상연구)와 임상연구를 구분하지 않고 배아·생식세포에 대한 유전자치료(편집) 연구 전면 금지(제47조), 임신 외 목적으로 배아를 생성하는 행위 금지(제23조) 등의 제약도 있다.
또 잔여배아나 체세포복제배아를 이용해 연구할 경우 연구계획서를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제출해 승인을 받아야만 하며(제30·31조), 다른 경우에도 연구계획서에 대한 국가생명윤리위원회 검토나 심의를 받아야 하는 때가 많다. 이 때문에 승인·검토·심의에 시간이 많이 걸려 제 때 연구를 하지 못하는 문제가 생긴다.
연구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니 유전자치료 질환범위 규제를 폐지하고 배아연구의 내용을 법률로 규제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데 과학계의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과기정통부는 설명했다.
생명윤리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기초연구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생명윤리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일부 학회에서는 유전질환 발생 연구, 난임치료 연구, 유전자치료 안전성 검증 등 특정 분야 기초연구를 위한 배아 생성을 허용하고 융통성 있게 적용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또 생명윤리 침해 정도와 연구 주제에 따른 '차별화된 규제'가 필요하며, 국가생명윤리위원회가 민간의 기관생명윤리심의위원회와 협력해 자율성에 기반한 관리를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과기정통부는 최근 2개월간 생화학분자생물학회, 한국발생생물학회, 한국분자세포생물학회, 한국줄기세포학회, 한국유전체학회, 대한생식의학회, 한국바이오협회 등을 통해 연구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왔다.
과기정통부는 의견 수렴 결과를 국가과학기술심의회 바이오특위에 보고한 후 보건복지부에 연구자들의 건의사항과 함께 전달할 예정이다.
이날 포럼은 과기정통부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신용현(비례대표·국민의당) 의원이 공동으로 주최했다.
solatid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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