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수도 '예루살렘 공인'에 아랍국들 거센 반발
북핵 위기 속 꼬이는 국제문제 해법…美언론들 "레드라인 넘겼다"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예루살렘=이스라엘 수도' 카드를 뽑아들며 결국 '중동 화약고'에 불을 붙였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오랜 분쟁의 뇌관이었던 예루살렘의 지위 문제를 놓고 이스라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아랍 국가들의 거센 반발을 물론이고 프란치스코 교황도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하는 등 국제적 긴장도가 높아지면서 가뜩이나 불안정한 중동정세가 시계 제로의 상황에 빠져들고 있다.
특히 북한의 지난달 말 신형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 '화성-15' 발사로 최고조에 달한 북핵 위기의 해결이 국제사회의 최대 당면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여러 민족과 종교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힌 중동 문제까지 터져 나오면서 전선이 다기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로선 엄청난 후폭풍이 불가피해 보여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또 한 번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 연설을 통해 미국 정부가 이스라엘의 수도로 예루살렘을 인정한다고 공식 선언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그 후속조치로 현재 텔아비브에 있는 주이스라엘 미국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는 작업에 착수하라고 국무부에 명령하되, 이전 시점에 대해선 6개월 보류 조치를 취할 것으로 알려졌다. 예루살렘 수도 이전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이전 시점에 대한 속도 조절이 있긴 하지만, 이번 조치는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 70년 가까이 이어진 미국의 외교 정책을 뒤집는 것이다. 국제사회가 호응해온 이-팔 평화공존 구상인 '2국가 해법'(1967년 경계선을 기준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국가를 각각 건설해 영구히 분쟁을 없애자는 방안)과도 거리가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백악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후 2국가 해법에 대해 "나는 두 당사자가 좋아하는 해법을 좋아한다. 한 국가 해법이든 두 국가 해법이든 수용할 수 있다"고 언급, 2국가 해법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버락 오바마 전임 정부와는 분명한 간극을 드러낸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조치를 두고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백악관 관계자들은 이번 결정이 대선 공약을 지킴으로써 오히려 국제사회에서의 신뢰를 강화한다고 생각한다"고 보도했다. 지지층을 겨냥한 행보라는 해석도 적지 않다.
아랍 국가 등 국제사회의 반발에 처하겠지만 결국은 진화될 문제라는 게 트럼프 대통령과 그 주변의 인식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 요르단 등 아랍권 국가의 지도자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온 게 사태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도 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번 구상은 사위인 유대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 고문과 제이슨 그린블랫 국제협상 특사 등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중동정세의 불안정성을 악화시킬 위험이 큰 데다 트럼프 행정부가 주도하던 이-팔 간 평화협상 중재 노력에 스스로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와 비판여론이 커지고 있다.
당장 외신들은 "중동의 화약고에 불을 붙였다"(워싱턴포스트), "트럼프의 위험한 한 수…가장 예민하고 불안한 이슈를 갖고 장난하지 말라"(CNN), "중동 문제의 레드라인을 이미 넘어갔다"(폭스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의 선례를 깨며 이-팔 갈등에 주사위를 던졌다"(의회전문매체 더힐) 등의 반응을 쏟아냈다.
존 브레넌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워싱턴포스트(WP)에 보낸 이메일 성명에서 "무모한 결정이자 역사적으로 큰 외교적 실수"라며 "앞으로 다가올 몇 년 간 중동 내 미국의 이익을 크게 해칠 것이며 이 지역의 불안정성을 가중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번 결정은 이슬람 테러 세력 격퇴와 이란의 영향력 강화를 견제해 온 트럼프 행정부의 중동 지역 내 우선순위에도 역행하는 것이라고 WP는 지적했다.
그러나 백악관 측은 이번 결정이 오히려 이-팔 간 평화협상 재개의 모멘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결정에도 불구, 2국가 해법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힐 수 있다고 백악관 고위 관계자가 밝혔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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