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일간 '라 레푸블리카' 본사, 극우단체 습격 받아

입력 2017-12-07 05:00  

伊일간 '라 레푸블리카' 본사, 극우단체 습격 받아
내무부 "극우단체 발호 속 경찰 보호받는 언론인 200명 육박"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최근 이탈리아에서 언론인을 겨냥한 위협 행위가 늘어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현지의 대표적 신문 중 하나인 '라 레푸블리카'의 본사가 극우단체의 습격을 받았다.
극우단체 '새로운 전진'(FN) 회원 10여 명은 6일 로마 시내에 위치한 이 신문의 본사에 몰려와 건물 밖에서 조명탄을 터뜨리고, 직원들에게 불꽃을 던지는 등 행패를 부렸다.



가면으로 얼굴을 가린 이들은 FN의 깃발과 함께 "'라 레푸블리카'와 자매 주간지 '레스프레소'를 거부한다"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현장에서 펼쳐 든 채 '라 레푸블리카'에 대한 비난을 쏟아냈다고 ANSA통신은 전했다.
이들은 평소에 극우단체를 앞장서 비판하는 이 신문의 논조에 불만을 품고 이 같은 행동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현장에서 FN 회원 1명을 체포, 그의 조직 내 위치 등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사가 대낮에 극우 단체로부터 공격을 받는 일이 일어나자 정치권을 중심으로 우려와 규탄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파올로 젠틸로니 총리는 사건 직후 이 신문의 마리오 칼라브레시 편집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연대를 표명했다.
피에트로 그라쏘 상원 의장은 이번 일을 "심각한 파시스트적 공격"이라고 규정했다.
마테오 렌치 전 총리는 "'라 레푸블리카'와 '라 레푸블리카' 소속 기자들과 연대할 것"이라며 "그들은 우리를 겁먹게 할 수 없다. (파시즘이라는)과거는 되풀이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FN은 이런 비판의 목소리에 대해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단체는 페이스북에 "우리는 '이우스 솔리' 법안에 찬성하는 사람들과 (이민자들에 의한)침략, 인종 교체에 의해 배신당한 모든 이탈리아인들을 대표한다"며 "이번 공격은 민주당과 '라 레푸블리카' 신문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밝혔다.
이탈리아에서 5년 이상의 정규교육을 받은 이민자의 자녀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한 이우스 솔리 법안은 현재 상원에 계류돼 있는 새로운 이민법이다.
집권 민주당과 좌파 정당들은 이 법안의 통과를 밀어붙이고 있으나, 우파 정당과 제1야당 오성운동, 민주당의 연정 파트너인 중도 우파 정당 AP의 반대 등으로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한편, 이탈리아 내무부는 언론인들에 대한 위협이 최근 증가하고 있다고 경고하며, 경찰의 보호를 받고 있는 언론인이 현재 200명에 육박한다고 이날 발표했다.
내무부는 "기사를 통해 부정 행위를 폭로하려는 언론인들을 겨냥해 기존 조직 범죄단뿐 아니라 신나치, 신파시스트 조직의 위협이 증가하고 있는 현상을 각별히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내무부에 따르면 올 들어 언론을 상대로 이뤄진 협박은 90건에 달한다.
지난 달 공영방송 RAI의 한 기자는 로마 인근 오스티아에서 지역 범죄 조직원과 파시즘 단체와의 연계 가능성에 대해 취재하던 중 폭행을 당해 코뼈가 부러지기도 했다.
ykhyun1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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