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만 환영한 트럼프의 '예루살렘 선택'

입력 2017-12-07 05:23   수정 2017-12-07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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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만 환영한 트럼프의 '예루살렘 선택'

외교고립 자초·중동 뇌관 점화…북핵 대처에도 악영향?
지지층 결집효과 vs "무모한 결정·역사적인 외교적 실수"



(뉴욕=연합뉴스) 이준서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결국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통해 "예루살렘은 이스라엘 수도"라고 공식 선언했다. 후속조치로 주(駐)이스라엘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하는 명령도 내렸다.
예루살렘은 종교와 민족주의, 안보가 첨예하게 얽힌 '화약고'다. 유대교는 물론 기독교와 이슬람교에도 성지인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땅'이라고 명확하게 선언한 것인 만큼 한마디로 화약고에 폭탄을 던진 격이다.
당장 아랍권은 물론 유엔과 유럽도 격한 반대에 나섰다.
지난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 70년 가까이 이어진 미국의 외교 정책에서 탈피한 것이어서 후유증이 간단치 않을 전망이다. 중동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 상실을 자초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스라엘만 찬성하는 고립무원의 선택인 셈이다.
더욱이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로 한반도 정세가 어느 때보다 엄중한 상황에서 또 다른 전선(戰線)을 형성하는 결정이기도 하다. 이처럼 휘발성 높은 선택지를 굳이 지금 꺼내 든 배경을 두고도 엇갈린 해석이 나온다.





◇ 親유대 공약이행…'러시아 스캔들' 돌파수 해석도 = 트럼프 대통령의 친(親)유대 행보는 새삼스럽지 않다. 맏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을 비롯해 유대 인사들이 주변에 포진해있다.
대선 과정에서도 유대계 환심을 사는 데 주력해왔다.
지난해 3월 미국 내 최대 유대인 로비 단체인 '미·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AIPAC) 행사에선 "미 대사관을 유대인의 영원한 수도 예루살렘으로 이전하겠다"고 공언했다.
공화당의 핵심 지지층인 기독교 복음주의 세력도 트럼프 행정부의 친이스라엘 행보에는 우호적인 편이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 역시 복음주의 인사로 꼽힌다.
말하자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함으로써 대선공약 이행이라는 명분과 핵심 보수지지층을 다잡는 실리를 동시에 챙길 수 있다는 정치적 해석이 가능하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협상 방식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평화가 궁극적인 목표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사위 쿠슈너 주도로 평화협상 재개를 위한 노력도 전개해왔다. 따라서 이번 결정으로 팔레스타인을 궁지로 몰아붙인 뒤, 일부 결정에 변경을 가하면서 팔레스타인 측으로부터 양보를 얻어내 평화협정에 돌파구를 모색하는 충격요법일 가능성도 완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타이밍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 측과 러시아 정부 간 유착 의혹, 이른바 '러시아 스캔들' 특검수사와도 맞물릴 수 있다. 로버트 뮬러 특검수사에 탄력이 붙으면서 수세에 내몰리는 상황을 돌파하는 카드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뮬러 특검이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기소한 뒤 수사를 '트럼프 일가'에 정조준하는 시점과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YNAPHOTO path='PYH2017120507960034000_P2.jpg' id='PYH20171205079600340' title='트럼프, '이스라엘 수도 예루살렘' 결정' caption=''/>

◇ 우방국들도 일제히 우려…중동서 美외교고립 자초하나 = 당장 유럽의 우방국들부터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인정할 수 없다"며 유감을 표명했고,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은 "우려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럽연합(EU)의 페데리카 모게리니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의미 있는 중동평화 절차'를 강조하면서 "이런 노력을 해칠 어떤 행동도 절대 피해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다.
중동 지역은 이미 뇌관이 타들어 가는 분위기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는 "지옥의 문을 연 결정"이라고 경고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이슬람 세계에 분노를 불러일으켜 평화의 토대를 폭파하고 새로운 긴장과 충돌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동 내 미국의 주요 동맹인 요르단의 압둘라 2세 국왕도 "극단주의를 조장하고 대(對)테러전쟁을 약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긴급 성명을 통해 "예루살렘의 지위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협상에서 결정돼야 한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곧바로 환영의 뜻을 밝힌 이스라엘을 제외하면 사실상 전세계가 한목소리로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한 셈이다.
이 때문에 중동 문제의 조정자 역할을 자처해온 미국의 입지를 약화하고 오히려 외교적 고립을 낳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존 브레넌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워싱턴포스트(WP)에 보낸 이메일 성명에서 "무모한 결정이자 역사적으로 큰 외교적 실수"라며 "앞으로 다가올 몇 년간 중동 내 미국의 이익을 크게 해칠 것이며 이 지역의 불안정성을 가중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j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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