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히로히토(裕仁·1901~1989) 전 일왕의 회고록 원본이 미국 뉴욕에서 열린 경매에서 27만5천달러(약 3억원)에 낙찰됐다고 교도통신이 7일 보도했다.
경매회사 본햄스에 따르면 히로히토 전 일왕의 회고록인 '쇼와천황독백록(昭和天皇獨白錄)'의 원본은 전날(미국시간) 열린 경매에서 일본의 유명 성형외과 병원인 다카스 클리닉의 다카스 가쓰야(高須克彌)에 낙찰됐다.
히로히토 전 일왕은 현 아키히토(明仁) 일왕의 선친으로, 회고록은 히로히토 일왕이 태평양전쟁 패전 직후인 1946년 측근 데라사키 히데나리(寺崎英成)에게 전쟁 과정을 구술한 것이다.
히로히토 전 일왕은 회고록에서 일제가 만주 침략 야욕을 드러낸 1920년대 후반부터 항복을 선언한 1945년까지 상황을 설명하면서 태평양전쟁에 대해 "군부와 의회가 전쟁 결정을 내렸고, 입헌 군주로서 재가했을 뿐"이라며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발언을 했다.
회고록은 일본 점령군 사령관인 더글러스 맥아더의 요청으로 저술됐다. 경매에 나온 회고록 원문은 데라사키가 연필 등으로 기록한 173쪽 분량으로, 그의 후손들이 보관하다가 경매에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회고록의 내용은 1990년대 일본에서 출판돼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히로히토 일왕이 직접 태평양전쟁에 대해 구술한 것인 만큼 원본은 사료로서의 가치가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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