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 폭염이 강력한 고기압 형성 '샌타애나' 강풍 만들어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지난 10월 미국 북 캘리포니아 와인 산지로 유명한 나파와 소노마 밸리 등 8개 카운티에서 발화한 산불로 건물 8천500여 채가 소실되고 주민 40여 명이 사망했다.
두 달 만에 캘리포니아 남서부에서 발화한 산불은 인명 피해는 파악되지 않았지만 규모 면에서는 북 캘리포니아 산불을 능가한다.
7일(현지시간)까지 로스앤젤레스(LA) 북쪽과 북서쪽, 서부에서 잇달아 발화한 '토마스', '크릭', '스커볼', '라이' 등 4개의 대형 산불은 서울시 전체 면적의 80%에 육박하는 12만 에이커(485㎞)를 태웠다.
기상학자들은 캘리포니아 주가 올해 유독 큰 산불로 신음하는 이유를 여러 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미국의 여러 매체들은 이번 산불의 원인을 분석하면서 올여름과 가을의 기록적인 폭염 등 온난화 현상을 공통적인 주범으로 지목했다.
산불을 번지게 하는 외형적 요인은 이른바 '샌타애나'라고 불리는 강풍이다.
샌타애나는 모하비 사막과 미 서부 내륙 그레이트 베이슨(대분지)에서 형성된 고기압이 시에라네바다 산맥을 넘어오면서 매우 건조하고 강한 돌풍 형태의 바람으로 바뀌어 태평양 해안가를 향해 몰아치는 기상현상을 말한다.
이번 산불 가운데 가장 피해가 큰 벤추라 지역 토마스 산불은 초당 1천200평을 태우는 속도로 번졌다. 15분 만에 맨해튼 센트럴 파크만한 땅을 태우는 기세다.
벤추라 불로 여의도 면적의 150배 넘는 지역을 태운 것도 샌타애나 강풍 때문이다. 강풍으로 인한 연기는 태평양 쪽으로 1천600㎞를 뻗어 나가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도 관측됐다.
샌타애나는 카테고리 1등급 수준의 허리케인과 맞먹은 최고 시속 130㎞의 위력을 지녔다.
그럼 무엇이 샌타애나를 이토록 강력하게 만드는 걸까.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학(UCLA)의 기상학자 대니얼 스웨인은 미 공영라디오 NPR에 "올해 가장 더운 여름에 이어 가을에도 기록적인 폭염이 지속된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뜨겁게 데워진 태평양 해수 온도가 강한 고기압을 형성하는 원인이 됐다"고 말했다.
스웨인은 "점점 덥고 건조한 날씨가 거듭되면서 대지의 수풀과 덤불 등이 마를 대로 바짝 마르면서 강력한 불쏘시개 역할을 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LA 지역은 월드시리즈가 열리는 10월 말에도 섭씨 40도 가까운 무더위가 이어졌다. 미국 야구 역사상 가장 더운 날씨 속에 월드시리즈 1차전이 열리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11월에도 계속된 더위가 이례적으로 12월의 대형 산불을 만들어냈다고 지적한다.
산불이 나는 직접적 이유는 끊어진 전선에서 튄 스파크나 담배꽁초 등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산불의 확산 추세를 보면 온난화를 빼고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여기에다 LA 지역에 9월 이후 고작 5㎜에도 미치지 못하는 강우량을 기록할 정도로 건조한 날씨가 지속돼 기름을 부은 셈이다.
랠프 테러저스 캘리포니아 소방국 국장은 "캘리포니아 주민은 모든 대피령에 즉각 반응할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 저녁 LA카운티 주민들에게는 수백만 통의 긴급 재난문자가 동시에 전송되기도 했다.
oakchu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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