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싯배 추돌한 이유는…영흥도 낚싯배 사고 현장검증

입력 2017-12-08 12:44   수정 2017-12-08 18:15

낚싯배 추돌한 이유는…영흥도 낚싯배 사고 현장검증

명진15호 선원 4명도 현장검증…해경 "사고 전후 위치 살필 것"


(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인천 영흥도 인근 해상에서 낚싯배를 추돌해 15명을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된 급유선 명진15호 선장과 갑판원 현장검증이 8일 인천 서구 북항 관공선부두에서 열렸다.
오전 10시 30분께 선장 전모(37)씨와 갑판원 김모(46)씨가 고개를 숙인 채 해경 호송차에서 내렸다.
두 사람 모두 파란색 마스크에 모자를 눌러 써 얼굴을 가렸고 손목에 수갑을 찼다.
이들은 나란히 명진15호(336t)에 올라 인천항에서 출항할 때부터 사고 발생 순간까지 한 일을 순서대로 재연했다.
당시 함께 승선한 선원 4명도 현장검증에 참여했다.
당직 근무를 한 선장 전씨가 사고 당시 머문 조타실은 7㎡(2평) 남짓한 공간이다.
조타실 한가운데 성인 여성 허리까지 오는 조타석이 있어 바다가 멀리 내다보였다.
뱃머리가 보이지 않았지만, 양옆으로 다가오는 배를 충분히 볼 수 있을 만큼 시야가 확보돼 있었다.
조타석 앞에는 조타기, 선박자동식별장치(AIS), 폐쇄회로(CC)TV 등 조타 장치가 설치됐다.
의자 오른편 아래 미닫이문을 여니 베개와 이불이 구겨진 채 어지럽게 놓여 있는 것이 보였다. 조타석 뒤 넓은 책상에는 각종 서류와 노트북이 널려 있었다.

또 다른 당직 근무자인 갑판원 김씨는 사고 당시 조타실에서 열 걸음 정도 떨어진 식당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달 6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으러 가면서 포토라인에서 "1∼2분쯤 물을 마시러 식당에 내려갔다"며 "전날부터 속이 좋지 않아 따뜻한 물을 마시러 갔다"고 했다.
원칙적으로 새벽이나 밤 시간대에 급유선을 운항하면 2인 1조로 조타실에서 당직 근무를 서고, 보조 당직자는 전방을 살피다가 위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선장에게 알리는 역할을 한다.
이들은 1시간 넘게 비공개로 이뤄진 선내 현장검증에서 출항 때부터 사고 발생 순간까지 상황을 담담하게 재연했다.
김씨는 뱃머리 쪽에서 밧줄을 풀어 낚싯배 선창1호(9.77t)에서 바다에 떨어져 표류하는 낚시객 4명을 구조하는 장면을 재연하기도 했다.
신용희 인천해양경찰서 수사과장은 "오늘 현장검증에서는 선장, 갑판원, 기관장 등 전체 선원 6명의 사고 전후 위치와 입출항 전까지 위치를 살펴볼 것"이라며 "사고 당시 위치를 가장 중점적으로 살필 예정이다"고 말했다.
전씨와 김씨는 이달 3일 오전 6시 5분께 인천시 영흥도 진두항 남서방 1.2㎞ 해상에서 9.77t급 낚시 어선 선창1호를 들이받아 낚시객 등 15명을 숨지게 한 혐의(업무상과실치사·상 및 업무상과실선박전복)로 구속됐다.
선장 전씨는 해경 1차 조사에서 "(충돌 직전) 낚싯배를 봤다"면서도 "(알아서) 피해 갈 줄 알았다"고 진술했지만, 진술을 조금씩 바꾸며 낚싯배도 사고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명진15호를 수상감식한 해경은 선수 부위 충격 흔 7곳을 찾아내 국과수에 정밀 감식을 의뢰했다.
chams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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