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흔의 산업디자인 거장 "자연을 더 깊이 공부해야"

입력 2017-12-08 17:07   수정 2017-12-08 17:58

아흔의 산업디자인 거장 "자연을 더 깊이 공부해야"
DDP서 獨 출신 루이지 꼴라니 특별전 개막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컴 히어, 컴 히어."
백발의 남자는 자신을 촬영하던 기자를 별안간 불러세운 뒤 기자의 카메라로 손을 뻗었다.
그러더니 만족스러운 얼굴로 코를 연신 두드리며 "꼴라니 디자인"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독일 출신의 산업 디자이너인 루이지 꼴라니(89)가 캐논을 위해 최초로 디자인한 카메라인 T90을 내놓은 것이 1983년이었다.
오늘날 대부분 카메라가 이와 비슷한 형태를 띠고 있다.
카메라 디자인의 이정표가 된 캐논 T90은 인간과 기술의 융합인 바이오디자인을 제대로 구현한 제품이자, 꼴라니 70여년 작품세계를 대표하는 작품 중 하나다.
산업 디자인계의 거장인 꼴라니 주요작을 소개하는 특별전이 8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개막했다.
꼴라니는 이날 기자간담회장에 휠체어를 타고 나타났지만, 카랑카랑한 목소리에 말과 행동도 거침이 없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하얀 패션에 전시장이 울리도록 호령하는 모습은 영화 '반지의 제왕' 속 사루만을 떠올리게 했다.
"90%는 자연에서, 10%는 멍청한 번역가 꼴라니에게서"라는 말에서 엿볼 수 있듯이 꼴라니 디자인의 핵심은 자연이다.
그의 작품들은 자연의 형태를 담고 있지만 개성이 넘친다.
귓바퀴 형태의 3D 스피커 박스(1980)나 눈물 모양의 로젠탈 찻주전자(1971) 등 작품 하나하나가 수십 년 전 것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답고 기능적이다.
베를린 예술 아카데미에서 예술 교육을 받은 뒤 파리 소르본 대학에서 공기역학을 공부하면서 조형 능력 못지않게 공학 공부를 충실히 한 덕분이다.
"우리 모두 자연에서 벗어날 수 없어요. 인간은 자연과 비교하면 너무 작은 존재이며, 자연을 평가할 수 없습니다. 자연을 더 깊이 공부하는 일만이 필요하죠."
꼴라니는 특히 유려한 곡선이 돋보인다는 지적에 "우리가 사는 행성부터가 둥글다. 우리 인생 전체를 보면 각이 지거나 딱딱한 물건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바이오디자인'을 두고 자연과 형태가 유사한 점뿐 아니라 ▲ 좋은 소재일 것 ▲ 그 소재는 자연에서 온 것이어야 할 것 ▲ 우리가 지불할 수 있는 수준의 가격대여야 할 것 등 3가지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품은 T600이라 이름 붙인 미래형 스포츠카다.
시속 600km를 목표로 하는 차체의 길이는 5.5m, 높이는 2.2m에 달한다.
작가는 "미래에 초점을 두기에 T600을 메인작으로 정했다"라면서 "속도가 빠를수록 위로 올라가기 마련인데 또 빠르면 빠를수록 바닥에 안착해 가야 하기에 뒤집은 형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작가는 이날 한국 디자인을 두고서도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한국은 산업적으로 매우 세련되게 발전된 나라입니다. 다른 나라에 모범이 될 정도죠. 일본보다도 더 앞선, '넘버원' 국가죠. 하지만 무엇인가 정체된 지점이 있다는 것을 많이 느낍니다. 점프할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합니다."
그는 "한국 디자인 수준도 전체적으로는 높지만, 개별적으로 튀어나온 작가가 없다"라면서 "탁 튀어나오는 예술성 높은 작가들이 없다"고 지적했다.
전시는 내년 3월 25일까지. 문의 ☎ 02-2153-0690.
ai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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