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창립 100주년·한국진출 85주년 맞아 다양한 기념행사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성골롬반외방선교회가 소외된 이들과 함께하며 걸어온 100년의 역사를 돌아보면서 향후 100년간 나아갈 길을 모색하겠습니다."
성골롬반외방선교회는 1916년 아일랜드의 에드워드 갈빈 주교와 존 블러윅 신부가 아시아 선교를 위해 만든 국제 가톨릭 선교단체다. 출범 2년 뒤인 1918년 교황청으로부터 정식 인가를 받아 내년 창설 100주년을 맞는다.
한국에서의 활동은 1933년 10월 29일 사제 10명이 부산항을 통해 입국하면서 시작됐다. 지난 84년간 선교회 한국지부에 몸담았던 300여명의 신부들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민주화 운동기 등을 거치며 소외되고 가난한 이들의 이웃으로, 정의와 평화의 수호자로서 발자취를 남겼다.
창설 100주년, 한국진출 85주년을 앞두고 기념사업을 준비 중인 오기백 다니엘 신부와 지부장인 김종근 신부를 최근 성북구 성골롬반선교센터에서 만났다.
아일랜드 출신인 오 신부는 "선배 선교사들은 한국사의 굴곡을 함께 하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용기 있는 결정을 하고 시대적 변화에 맞춰 새로운 일을 시도했다"며 "그 역사를 돌아보면서 우리도 용기를 내 새로운 일을 시도하려 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일제강점기 골롬반 신부들은 항일운동에 참여해 투옥되거나 추방·가택연금당했다. 한국 정부는 1999년 골롬반회 사제 3명을 독립유공자로 인정해 건국훈장을 수여하기도 했다.
6·25 전쟁 후 폐허 속에서는 빈민 구제와 한국 사회 재건에 힘을 보탰다. '푸른 눈의 돼지 신부'라는 별명을 지닌 임피제(패트릭 맥그린치) 신부는 1954년 제주에 정착해 이시돌 목장을 개척, '제주도민의 대부'로 불리기도 했다.
1970년대에는 도시 변두리 야학과 노동 사목에 힘썼고, 지학순 주교 투옥사건을 계기로 인권운동에도 참여했다.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때 철수 지시를 받은 신부들은 "한국전쟁 때도 안 나갔다"며 끝까지 광주시민들과 함께했다.
1976년 한국 땅을 밟은 이래 40년 넘게 한국에서 살아온 오 신부 역시 1980년대 부천에서 몰래 노조를 조직했던 노동 운동가들에게 거처를 제공하기도 하고 서울 신림동에서 빈민들을 돕는 등 늘 그늘진 곳에서 소외된 이들과 함께 해왔다.
오 신부는 "현재 한국뿐 아니라 세계가 당면한 과제는 민족의 이동에 따른 다문화 사회의 도래"라며 "골롬반 선교회 역시 이런 변화를 겪고 있고 그 과정에서 우리가 해야 할 새로운 일들을 발견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 신부의 말대로 영어를 쓰는 백인 일색이었던 골롬반 선교회 한국지부 구성원들은 점점 피부색과 국적이 다양해지고 있다.
작년에는 한국인으로서 선교회에서 첫 사제 서품을 받고 1990년 칠레로 파견됐던 김종근 신부가 오기백 신부의 뒤를 이어 최초의 한국인 지부장이 됐다.
김 신부는 "현재 한국 사회 안에서 소외된 이들은 외국에서 온 이주 노동자들과 우리가 지나치기 쉬운 '환경'"이라며 "소외된 이들과 함께한다는 선교회의 큰 원칙에 따라 향후 선교회의 활동도 이 둘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교회는 지난 2일 광주대교구 평생교육원 대성당에서 100주년 개막 미사를 열면서 100주년 행사의 시작을 알렸다.
내년 여름에는 일본, 대만, 필리핀, 피지, 파키스탄 등 세계 각국의 젊은이들을 초청해 2주간 선교의 의미를 체험하는 행사를 열 예정이다.
제주 이시돌 목장에 100주년 기념 숲도 조성하기로 했다.
오 신부는 "한국에서 활동하다가 돌아가신 선교사가 100명 정도 되는데, 그분들을 기억하면서 나무 하나하나를 심을 예정"이라며 "생태 보존에 대한 우리의 의지를 표현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hisun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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