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정부의 기업 구조조정 원칙이 나왔다. 크게 보면 ▲부실 예방과 사전 경쟁력 강화 ▲시장 중심 ▲산업·금융 양 측면 고려 등 세 가지로 압축된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8일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이런 방침을 공개했다. 정부가 기업 구조조정의 대원칙을 세운 것은 출범 7개월 만이다. 먼저 상시적 구조조정을 활성화하기 위해 내년 상반기 중 공공·민간 매칭 방식으로 1조 원 규모의 구조조정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사후 부실 처리에 치중하던 이전 방식에서 벗어나 정기적 산업 진단을 통해 부실 예방에 주력한다는 구상도 내놨다. 또 구조조정의 중심축을 국책 금융기관에서 시장으로 전환해 공적 부담을 최소화하겠다고 한다. 구조조정이 국가 경제에 미칠 영향과 금융 및 산업 논리 등을 두루 살피겠다는 것 같지만 무게 중심은 회생 가치가 있는 기업을 적극적으로 살린다는 데 실린 듯하다.
김 부총리는 "내년도 경제정책의 핵심 과제는 일자리와 혁신"이라면서 "혁신 유도를 위해 산업과 기업의 구조조정 기본 틀을 개편할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구조조정과 산업혁신은 당장 효과가 나타나지 않지만 우리 경제의 재도약 여부를 결정하는 중차대한 과제"라면서 "어려움과 비용을 수반할 테지만 일관된 원칙을 갖고 투명하고 과감하게 추진하겠다"고 했다. 일단 시장을 밑그림으로 삼아 산업 생태계까지 보겠다는 부분은 진일보한 것으로 보인다. 채무조정뿐 아니라 신규자금도 지원하는 'P 플랜(단기 법정관리)을 회생 가능 기업에 탄력적으로 적용하겠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사실 지난해 한진해운의 파산 사례를 보면, 정부 당국과 채권단이 지나치게 금융 논리를 앞세웠다는 지적이 없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산업적 여파와 지역경제 위축 등 부작용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 여론이 일기도 했다. 구조조정을 강력히 추진하되 이런 부작용은 최소화하겠다는 게 정부의 생각인 듯하다. 그 취지에는 공감하나 현실성이 높은지는 의문이다.
이런 기조에 따라 정부는 존속가치보다 청산가치가 높은 것으로 채권단 실사 평가가 나온 STX조선해양, 성동조선해양 두 회사에 대한 퇴출 여부 판정을 내년 초로 늦췄다고 한다. 이들 회사가 도산하면 당장 불거질 실직자 문제, 지역경제 충격 등을 염두에 뒀을 것이다. 하지만 금융 이외의 요소를 세심하게 살피다 보면 그에 상응하는 위험요인도 커질 수밖에 없다. 구조조정의 적기를 놓쳐 마땅히 청산돼야 할 '좀비 기업'의 연명을 자초할 수 있다. 기다린 끝에 나온 정부의 구조조정 원칙이 '두 마리 토끼'를 쫓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겨우 1조 원의 펀드를 갖고 상시 구조조정을 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김 부총리는 이에 대해 "1조 원을 이른 시일 내에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추가 조성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정부가 충분한 검토를 거쳐 구조조정 원칙을 마련한 것인지 의구심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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