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강남역 사건·올해 직장 성폭력 이슈 계기…'안티페미니즘'도 출현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직장인 문 모(30) 씨는 최근 동성 친구들에게 여성 차별에 관심을 두자는 얘기를 자주 하다가 '페미니즘 전도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는 9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대학생 때부터 여성차별에 관심이 있었다"면서 "최근 페미니즘과 남녀 갈등이 이슈이다 보니 남자끼리도 그런 대화를 할 때가 있는데, 여성 차별 문제를 주로 얘기했더니 친구들이 별명을 붙였다"고 말했다.
문 씨는 "남자인 친구 중에 여성혐오 문제와 페미니즘 운동에 공감하는 친구들이 늘고 있다"면서 "우리 사회의 성(性) 평등이 발전하려면 남성들이 여성 문제를 더 공부하고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최근 여성차별 문제와 페미니즘에 귀를 기울이는 남성이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를 남성까지 여성차별 문제에 관심을 두게 된 '원년'으로 평가한다.
지난해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을 계기로 여성들이 오프라인에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해라면, 올해는 '한샘 사건' 등 직장 내 성폭행 이슈 등이 터져 나오면서 남성이 여성 차별 문제에도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페미니즘에 대한 남성들의 관심은 온라인 이슈에 민감한 20대 사이에서 빠르게 번지고 있다.
주요 대학 페미니즘학회 관계자들은 "남자 대학생들도 '82년생 김지영' 등 페미니즘 서적을 읽는 등 대체로 여성 차별 문제에 관심을 보인다"고 전했다.
경희대 페미니즘학회 '여행' 정이랑(20) 학회장은 "올해 1월 학회를 창립했는데 회원 10여 명 가운데 3∼4명이 남성으로 꾸려져 여성 회원들이 다소 놀라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남성 회원들은 강남역 사건을 계기로 여성을 상대로 한 폭력 문제에 관심을 가졌거나 노동시장에서의 여성 차별에 문제의식을 느꼈다고들 얘기한다"고 말했다.
30∼40대 이상 기성세대 남성 사이에서도 직장·가정에 성 평등 정착을 위해 여성 차별 문제에 관심을 두자는 움직임이 있다.
배우 권해효 씨, 김형준 명지대 교수, 코미디언 황영진 씨, 정지우 작가 등 다양한 분야의 인사들이 지난 7월 창립한 남성모임 '성 평등 보이스'는 최근 '2017 활동결산 간담회'를 열어 올해 성과를 공유하고 내년 활동을 논의했다.
이 모임에 참여하는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난해 강남역 사건 이후 20대 사이에서 남녀대결 구도 양상이 나타나 기성세대 남성이 먼저 반성하자는 취지로 모임이 꾸려졌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페미니즘 운동을 지지하는 남성들이 늘어난 반면에 최근 '미러링'(여성혐오 표현을 남성혐오 표현으로 되돌려주는 행위)'으로 대표되는 여성운동 방식에 반감을 갖거나 '안티 페미니즘'에 공감하는 남성도 적지 않다.
휴학생 김 모(25) 씨는 "사회에 여성차별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공감하지만, 워마드 등 급진여성단체들이 남성 비하 표현을 사용하며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동의하기가 힘들다"면서 "미러링이 남녀대결을 과열시키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10일 오후 여성가족부가 있는 정부서울청사 앞에서는 '안티페미협회' 회원 20여 명이 '페미니즘 실체 알리기 집회'를 연다.
이 단체는 "한국 여성 지위나 남녀 임금 격차가 세계 최하위 수준이라는 건 페미니즘 세력의 언론 조작"이라며 "여성전용 주차장·임대주택과 여성가산점 등 역차별 정책을 철회하고 여가부를 폐지하라"고 주장했다.
hy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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