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철 끝물에 사고까지 겹쳐 포구·식당가도 '썰렁'
(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9일 새벽 5시, 15명의 목숨을 앗아간 인천시 옹진군 영흥도 앞바다에는 살을 에는 바닷바람만이 불었다.
영흥도 진두항 출항 신고를 받는 인천해경 영흥파출소도 쥐죽은 듯 조용했다.
이날 아침 출항 신고를 한 낚시 어선이 단 한 척도 없었기 때문이다.
인구가 6천300명 남짓한 작은 섬 영흥도에는 낚싯배 90척이 군청에 낚시어선업을 신고하고 운영 중이다.
평소 같으면 낚싯배 서너 척 정도가 낚시철 막바지를 마무리할 뱃길에 나설 때지만 영흥도 낚싯배 사고 이후 손님 발길이 뚝 끊겨 어선들은 모두 발이 묶인 채 부두에 정박해 있다.
이날은 조금(조석간만의 차가 가장 작은 때) 전 물때인 '대객기'라 조류가 느려 조황도 나쁘지 않을 때다.
새벽 근무를 하던 해경 영흥파출소 관계자는 "사고가 난 3일 이후 출항한 낚시 어선은 한 척도 없다"고 했다.
그는 "한창 낚싯배가 출항하는 9∼11월에는 하루에만 40∼50척이 나간다"며 "낚시철이 거의 끝난 데다가 사고가 맞물려서 낚시객들 발길도 뚝 끊겼다"고 말했다.
그 말대로 오전 6시 30분이 넘도록 진두항을 나선 배는 조업 어선 2척뿐이었다. 낙지를 잡으러 가는 자망어선들이다.
보통 낚싯배들은 새벽 6시쯤 일찌감치 출항해 고기가 많이 잡히는 '포인트'들을 돌고 오후 4∼5시면 귀항하는 당일치기 일정이다.
6t 복합자망 어선을 운항하는 선주 허미용(53)씨는 사고 뒤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다며 손사래를 쳤다.
그는 "올해는 영흥도 쪽에서 주꾸미가 꽤 많이 잡혀서 낚시꾼들이 몰렸었는데 사고 때문에 내년에 어떨지 모르겠다"라며 "작년 같았으면 낚싯배가 서너 척 정도는 나갔을 텐데 올해는 뭐…"라고 말을 흐렸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동이 트며 날이 밝았다.
진두항 앞에 몰려있는 낚시 전문 업체 20여곳은 찾는 이 없이 썰렁했다. 문 닫은 가게가 대다수였다.
항구 앞에 줄지어 정박한 소형 어선 대여섯 척만이 배를 맞댄 채 조업을 기다리는 듯했다. 어느새 몰려든 갈매기 떼 울음소리만 고요한 선착장을 울렸다.
'아침 식사 됩니다'라는 플래카드를 붙인 선착장 주변 식당가는 찾는 이 없이 조용했다.
새벽 4시부터 문을 열고 손님을 기다리던 식당 주인들은 테이블 앞에 홀로 앉아 무료하게 TV만 바라봤다.
4년 넘게 이곳에서 식당을 운영한 송영화(69·여)씨는 "보통 단체 낚시객들이 와서 새벽 배를 타기 전 식사를 하고 가는데 사고 이후론 손님이 전혀 없다"고 울상을 지었다.
앞서 이달 6일 오전 6시 5분께 영흥도 진두항 남서방 1.2㎞ 해상에서 낚싯배 선창1호(9.77t)를 급유선 명진15호(336t)가 추돌해 승선원 22명 중 15명이 숨졌다.
해경은 업무상과실치사·상 및 업무상과실선박전복 혐의로 급유선 선장과 갑판원을 구속했다.
cham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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