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관광지 투먼 한산…"동북아 말썽꾼" 인식도
핵 피폭시 대피요령 기사 화제…경비대, 관광객 행동 통제
(투먼<중국 지린성>=연합뉴스) 홍창진 특파원 = "중국 정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핵실험을 강행하고 미사일을 쏘는 조선(북한)은 동북아의 말썽꾼입니다. 지금까지 조선을 혈맹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다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북한의 잇단 핵실험에 이어 지난달 29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 발사 이후 북중접경 분위기가 꽁꽁 얼어붙고 북한 핵위협에 대한 중국인의 비난이 고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과 마주한 지린(吉林)성 투먼(圖們)에서는 북한 핵실험에 따른 위기 의식과 함께 북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대두된 모습이었다.
9일 동북3성 중심도시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에서 고속철로 4시간 20분 만에 연변조선족자치주 옌지(延吉)에 도착한 뒤 다시 택시를 대절해 1시간을 달린 끝에 도착한 투먼은 영하 4도의 날씨에 세찬 북풍이 도시 전체에 불고 있었다.
중국의 국가 1급 통상구가 소재한 투먼은 연변자치주의 북중접경 도시로, 도로 및 철도 교량을 통해서 두만강 건너편 북한 온성군 남양으로 연결된다.
연변주에는 투먼 외에도 룽징(龍井)시 카이산툰(開山屯)통상구와 싼허(三合)통상구 등이 있으나 이들 지역은 외부인, 특히 외국인에 대한 통제를 실시해 접근 불가였다.
중국 당국이 투먼에 대해서는 통상구 기능과 함께 국경관광지 역할을 부여한 덕분에 이곳은 비교적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었다.
이날 오후 찾아간 투먼통상구는 올해 여름 착공한 새 국경다리 공사로 인해 자체 주차장을 폐쇄하고 두만강 하류 쪽으로 수백m 떨어진 강변공원으로 차량을 유도했으며, 매표소 위치를 옮기는 등 한산하면서 어수선한 상태였다.
투먼통상구 측은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강행한 지난 9월 이후 북한에 대한 경계태세를 강화했다"며 이에 따라 통상구 일대 국경수비대의 근무태세도 강화됐고 국경다리를 오가는 무역차량 통관절차도 엄해졌다고 밝혔다.
국경수비대는 이곳을 찾는 관광객을 상대로 투먼~남양 간 두만강에 설치된 국경다리 '투먼대교'의 중국 측 경계선까지 접근하는 것을 막지는 않았다.
하지만 관광객별로 감시원이 옆에 붙어서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했으며 사진촬영을 비롯한 행동을 통제했다.
통상구 건물 2층으로 올라가 망원경으로 두만강 일대 북한 쪽 풍경을 바라보니 남양역 앞 광장에서 뛰노는 어린이들의 모습과 도끼로 장작을 패는 주민의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
경비대 관계자는 관광객 감시원을 배치한 이유에 대해 "조선(북한)에 대한 경계태세 강화의 일환이며 사진촬영 금지는 불필요한 마찰을 피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통상구에서 만난 중국인 관광객들은 지난 6일 지린(吉林)일보에 보도된 '핵무기 피폭시 대피요령' 기사를 언급하며 북한의 핵실험과 군사도발을 비판했다.
관광객 마(馬)모(37) 씨는 "조선(북한)이 무슨 일을 벌이길래 지린성 기관지가 피폭시 대피요령을 보도했는지 궁금하다"며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핵위협을 불사하는 '깡패국가'와 마주한 우리가 안전한 것인지 불안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이곳을 찾은 위(兪)모(30) 씨도 "조선의 핵실험 장소에 지진이 발생했다는 뉴스를 봤는데 방사능 오염이 중국 쪽으로 넘어오지 않을까 두렵다"면서 "SNS 웨이신(微申·위챗) 등에 올 연말이나 내년 초 전쟁 가능성을 예상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고 전했다.
투먼~남양 간 국경다리는 길이 500여 m에 너비 6m, 왕복 2차선의 작은 다리로 지난 1933년에 개통해 노후화된 탓에 이를 대체하기 위해 상류 쪽 50m 지점에 새 다리를 건설 중이다.
이날 바라본 새 다리는 기초공사를 마치고 교각을 설치하는 중이며 공사진척률이 낮아 내년 하반기 이후에야 완공될 것으로 보였다.
찾아간 날이 주말인 탓인지 다리를 오가는 차량은 보이지 않았다.
통상구 건물 내 기념품가게 주인은 "북한 군사도발로 인해 중국인 관광객이 크게 줄어 북한산 담배, 북한 화폐 모조품 등이 팔리지 않는다"며 "하루빨리 긴장이 해소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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