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예산 마무리하고 내년 개혁과제 포함한 국정운영 구상
'공정사회' 가치 실현에 개헌·공수처법 추진 선행돼야
개헌, 정치적 합의 우선…안 되면 지방분권·기본권만으로 할 수도
(서울=연합뉴스) 노효동 박경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정부 첫 인사와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마무리하면서 '무술년(戊戌年)' 새해 정국 구상에 돌입했다.
취임 첫해가 향후 5년 임기 동안 문재인호(號)가 추진할 개혁과 국정운영의 좌표를 설정하는 일종의 '착근기'였다면 새해는 이를 제도화하고 가시적 성과를 내는 데 주력해야 하는 시기가 돼야 한다는 게 여권 내부의 공감대다.
특히 내년에는 개혁과 국정운영의 동력에 중요한 영향을 끼칠 제7회 지방선거가 예정돼있다는 점에서 정치적 환경과 변수까지 폭넓게 고려하는 국정운영을 구상해야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반적으로는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을 강조하는 '사람중심 경제' 기조를 구체화하는 데 주력하면서 '공정사회'와 '혁신성장'을 양대 핵심 키워드로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사회의 핵심요소는 '적폐청산'이지만 이는 과거 권력기관의 국정농단 책임자에 대한 사법적 처벌을 넘어 사회 전반의 불공정과 부조리를 겨냥한 제도적 개혁과 조직문화 개선 쪽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혁신성장은 이상적 구호가 아니라 각 부처 단위에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나가는 '귀납적' 방식이 돼야 한다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이런 맥락 속에서 개헌과 공수처법은 새해 국정 운영을 구상하고 있는 문 대통령이 당면한 최대 현안이라고 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때부터 내년 지방선거를 치르는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지방선거가 6개월 남짓 남은 상황에서 숙의를 거쳐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치려면 상황이 그렇게 여유로운 편은 아니다.
문 대통령은 일단 '정치적 합의'를 중시하며 국회에 공을 넘겨놓은 상태이지만, 국회 차원의 논의기구인 개헌특위가 정부 형태와 권력구조 개편을 둘러싼 정파간 이견으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 개헌 논의가 지지부진하다면 문 대통령은 공약이행 차원에서 여야의 '최대공약수'를 넣어서 정부가 개헌안을 발의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정치적 합의를 강조해온 문 대통령이 이견이 있는 각론을 제외한 채 개헌 국민투표를 관철할 공산이 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국회 시정연설에서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대목에서 여야의 이견이 가장 덜한 기본권과 지방분권을 언급하면서도 권력구조 개편은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10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국회가 (개헌안을) 논의하는 데만 시간을 보내고 국민의 의견을 수렴할 만한 여유가 없다면 (정부가) 안을 내놓을 수도 있다"고 말해, 이런 분석을 뒷받침했다.
공수처 신설법안은 개헌 못지않게 풀기 어려운 방정식이 됐다.
'공수처법'은 정부가 추진 중인 권력기관 개혁의 핵심인 만큼 여당이 12월 임시국회까지 소집하면서 추진 의지를 내비쳤지만 자유한국당이 워낙 반대 의사가 강력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게다가 내년도 예산안 심의에서 '사실상 야당이 얻은 게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탓에 야당을 설득하는 작업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공수처법 같은 개혁 법안들을 처리하는 데 정무라인이 야당을 설득하는 데 애를 쓰고 공을 들여야 하지 않겠느냐"며 공수처법 처리 과정에 어려움이 있을 것을 시사했다.
국회에서 실마리가 풀리지 않는다면 대통령이 직접 야권에 법안 처리를 진정성 있게 호소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여야 지도부를 만나 해를 넘기기 전 한중 정상회담 성과를 공유하고 곧 취임할 제1야당 대표와 상견례를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까지 공수처법 처리 논의가 제자리라면 문 대통령이 야당 지도부를 만난 자리에서 직접 법안 처리를 당부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kj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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