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동 아이파크 충돌사고…"기상 안 좋은데 임직원 편의를 우선 고려"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2013년 11월 서울 강남의 고급 고층 아파트에 충돌하는 사고를 낸 헬리콥터의 소유주인 LG전자가 이 아파트 주민 다수에게 정신적 피해에 따른 손해배상을 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윤상도 부장판사)는 삼성동 현대아이파크 아파트 주민들이 LG전자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당시 헬리콥터가 직접 부딪친 102동 주민 92명에겐 각각 60만원과 지연이자를, 인근 101동과 103동 주민 94명에게는 각각 40만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이 아파트에 살지 않으면서 소송에 참여한 12명의 청구는 기각했다.
재판부는 "피고는 헬리콥터의 운행이 어려운 기상조건에서는 운행을 제한해 사고를 방지해야 하는데도 짙은 안개로 지상을 식별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임직원의 탑승 편의를 우선 고려해 무리하게 운행을 강행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로 인해 사고를 일으킨 만큼 사고와 피해 복구 과정에서 피해자들이 입은 정신적 고통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아파트 주민들이 사고를 직접 목격하거나 사고 당시의 충격음을 들었고, 충돌로 인해 아파트 외벽이 크게 파손돼 유리조각 파편들이 아파트 단지에 흩뿌려져 있었다는 점을 정신적 충격의 근거로 들었다.
또 전파된 헬리콥터 잔해가 상당 기간 그대로 노출됐고, 사고 이후 복구 과정에서 분진과 소음 등으로 생활에 불편을 겪은 점을 인정했다.
LG전자 소속 8인승 헬리콥터는 2013년 11월 16일 오전 38층짜리 현대아이파크 102동 24∼26층에 충돌한 뒤 추락해 완전히 부서졌다. 이 사고로 헬기 조종사 2명이 모두 숨졌다.
당시 이 헬기는 회사 임원과 수행 인원 총 6명을 잠실 헬기장에서 전주 LG전자 사업장까지 수송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짙은 안개 등으로 시야 확보가 어려운 상태에서 운행을 강행하다 사고가 난 것으로 조사됐고, 아파트 주민들은 휴일인 토요일에 집에서 머물다 갑작스러운 사고에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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