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쪽 고기압이 '차가운 저기압' 봉쇄…강풍에 체감온도 '뚝'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기자 = 12월 초반부터 한겨울 맹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것은 기압계의 정체 현상에 있다. 우리나라 북쪽에 있는 저기압이 고기압에 가로막혀 정체되면서 주기적으로 찬 공기를 불어넣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11일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은 -6.1도로, 평년(-2.2도)보다 4도 가까이 낮았다.
인천도 -5.6도를 기록하며 평년(-1.6도)보다 4도 낮게 내려앉았고, 강릉은 평년(0.3도)보다 5도 낮은 -4.7도까지 기온이 떨어졌다. 속초(-6.7도·평년 -0.4도)와 백령도(-6.6도·평년 -0.1도)는 평년보다 6도 넘게 기온이 하강했다.
바람도 강하게 불면서 체감온도는 더욱 낮게 내렸다. 체감온도는 외부에 있는 사람이나 동물이 바람과 한기에 열을 빼앗길 때 느끼는 추운 정도를 나타내는 지수다.
이날 오후 3시 기준 체감온도는 서울 -16도, 인천 -15도, 수원 -13도, 충북 제천 -13도, 경북 봉화 -14도 등 곳곳에서 -10도 아래로 떨어졌다.
특히 오후 6시를 기해 서울과 파주, 김포, 동두천, 강원 정선, 태백은 체감온도 '위험'(-15.4 미만) 단계에 들어갔다.
기상청 관계자는 "우리나라 부근 상층에서 한기를 가진 저기압이 장기간 머물면서 계속 찬바람을 불어넣고 있다"면서 "우리나라 양쪽에 있는 고기압들이 이 저기압을 움직이지 못하게 가둬놓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12월 초순(1∼10일)의 전국 평균 기온은 1.1도로, 평년(3.0도)보다 1.9도 낮았다. 이는 1973년 관측 이래 최저 11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이 기간 역대 가장 추웠던 때는 2012년(-1.4도)이었다.
기상청은 중-고위도에서 형성된 기압계의 영향으로 우리나라 부근에 상층 찬 공기가 유입돼 추위가 지속되는 것으로 분석했다.
게다가 북극의 찬 공기가 중위도로 내려올 수 있는 '음의 북극진동'이 지난달 중반부터 계속 나타난 영향이 크다. 북극진동이란 북극 주변을 돌고 있는 강한 소용돌이(북극 소용돌이)가 수십일∼수십 년 주기로 강약을 되풀이하는 현상이다.
음의 북극진동이 나타나는 해에는 소용돌이가 느슨해지면서 북극 지역으로부터 찬 공기가 남하해 중위도 지역의 기온이 평년보다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이런 기압계의 정체 현상은 최근의 강설 현상과도 연관이 있다. 전날 경기·강원 지역에는 많은 눈이 내려 전동차가 멈추고 크고 작은 교통사고가 벌어졌다.
서울은 전날 오전 9시께 눈이 4.3㎝ 쌓였고, 경기 동두천은 11시께 최심 적설량(실제 지표면에 쌓인 눈의 최대 깊이) 11.0㎝를 기록했다. 이 밖에 경기 양평 9.5㎝, 강원 양구 7.5㎝, 강원 인제 6.5㎝ 등 곳곳에 많은 눈이 내렸다.
기상청 관계자는 "북쪽에서 찬 공기가 내려오는 상황에서 남쪽에서 따뜻한 공기가 올라올 때마다 기압골이 발달했다"면서 "공기의 기온 차로 하층에서 기압골이 발달하게 되면서 중부 지방에 눈을 뿌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맹추위는 이번 주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전국의 기온이 평년보다 낮겠고, 내륙을 중심으로는 최저기온이 -10도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서울은 14일 -9도, 15일 -5도, 16일 -4도, 17일 -8도, 18일 -7도, 19일 -6도, 20일 -5도로, 한동안 -5도를 밑도는 추위가 이어질 전망이다.
기상청은 14일 낮부터 서풍 기류가 유입되면서 기온이 점차 올라 16일까지 평년과 비슷하거나 조금 낮은 수준으로 회복하겠지만, 17일부터 다시 찬 대륙고기압의 영향을 받아 평년보다 2∼5도 낮게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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