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500m와 1,000m에서 월드컵 랭킹 1위…'평창 2관왕 도전'
"올림픽 2연패 이상화의 경험 무시못해…예상 못 할 승부"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엄청난 양의 체력 훈련을 소화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네덜란드에서 데려온 남자 선수들과 훈련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을 2개월 앞두고 일본 여자 스피드스케이팅의 '간판' 고다이라 나오(31)의 상승세가 무섭다.
2017-2018 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시리즈 1~4차 대회에서 치러진 7차례 여자 500m 레이스를 모두 '금빛'으로 장식했을 뿐만 아니라 4차례 펼쳐진 1,000m 레이스에서는 3차례나 1위를 차지했다. 여기에 11일(한국시간)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펼쳐진 월드컵 4차 대회 1,000m에서는 세계신기록까지 경신했다.
말 그대로 여자 단거리는 '고다이라 세상'이 됐다. 이 때문에 고다이라는 평창 올림픽에서 여자 500m는 물론 여자 1,000m에서도 유력한 우승 후보로 떠올랐다.
고다이라는 이날 1,000m에서 브리태니 보위(미국)가 2015년 11월 작성한 세계기록(1분12초18)을 0.09초 앞당긴 신기록으로 우승하며 일본 여자 선수로는 처음으로 올림픽 개인 종목에서 세계신기록 보유자가 되는 기쁨을 만끽했다.
3년여 전만 해도 단거리 무대에서 '빙속여제' 이상화(28·스포츠토토)의 그늘에 가렸던 고다이라는 2014년 자비로 네덜란드 전지훈련을 떠난 이후 실력이 급성장했고, 이번 시즌 월드컵 여자 500m 경기를 모두 제패한 것을 포함해 23번 연속으로 500m 금메달을 목에 걸며 흔들림 없는 독주를 펼치고 있다.
여기에 1,000m까지 세계신기록 보유자로 떠오르며 무서운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고다이라가 최근 2~3년 만에 정상급 스프린터로 변신한 이유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이에 대해 국내 지도자들은 엄청난 훈련량과 독특한 훈련 방법을 지목했다.
윤의중 대한빙상경기연맹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이사는 "고다이라는 예전부터 꾸준히 500m 종목에서 7~8위에 올랐지만, 그 이상의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라며 "네덜란드에서 훈련하고 나서 실력이 급상승했다"고 밝혔다.
윤 이사는 "일본 대표팀 코치나 선수들에게 물어보면 고다이라가 일본 대표팀 선수를 통틀어 가장 훈련을 열심히 한다고 입을 모은다"라며 "훈련량도 남자 선수들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고다이라는 네덜란드 전지훈련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현지에서 함께 훈련했던 네덜란드 코치를 일본으로 초빙해 함께 훈련하고 있다.
훈련도 다른 대표선수들과 달리 '독립적'으로 치르고 있을 뿐만 아니라 네덜란드에서 데려온 남자 중·장거리 선수들을 훈련 파트너로 삼아 기량을 끌어올리고 있다.
고다이라가 500m에서 강점을 보이는 또 다른 이유는 초반 100m 구간의 속도가 빨라졌다는 점이다.
대표팀 감독을 지냈던 김관규 용인대 교수는 "고다이라가 예전에는 초반 100m 기록이 떨어져서 성적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지만 지난 시즌부터 초반 100m는 물론 나머지 400m 구간의 속도도 빨라진 게 눈에 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초반 100m와 마지막 400m 구단의 속도가 모두 좋아졌다는 것은 체력이 충분히 뒷받침된다는 것"이라며 "1,000m에서도 성적이 잘 나오는 것도 체력이 월등하게 좋아졌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독특하게도 고다이라는 이번 시즌 월드컵 1차 대회에서 1,500m에 한 차례 출전해 7위를 차지했다. 500m 선수가 중장거리 종목인 1,500m까지 출전한 것은 드문 일이다.
500m는 물론 1,000m까지 대비해 충분한 체력을 완성하려고 1,500m까지 나서면서 '평창 2관왕'을 향한 치밀한 준비 작업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윤의중 경기이사는 "1,500m를 뛸 수 있을 만큼 체력이 충분해 1,000m를 잘 뛰는 것"이라며 "1,000m에서도 체력이 지치지 않아 500m에서도 막판까지 스피드가 줄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다만 "올림픽 무대와 월드컵 시리즈는 전혀 분위기가 다른 만큼 이상화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윤 이사는 "이상화는 올림픽 무대에서 두 차례나 금메달을 따낼 정도로 관록이 있고, 최근 고다이라와 500m 기록도 0.2초대로 줄었다"라며 "남은 2개월 동안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평창 올림픽 금메달의 주인공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림픽 500m 경기는 변수가 많다. 평창 올림픽 500m는 한 차례 레이스만 치르기 때문에 기록뿐만 아니라 운도 따라야 한다. 지금 이상화가 기록에서 밀린다고 해도 비관적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horn9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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