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보선 고택서 NMARA 기획전 '혼종 생명을 위한 진혼곡'
![](https://img.yonhapnews.co.kr/etc/inner/KR/2017/12/11/AKR20171211159600005_02_i.jpg)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11일 저녁 찾은 서울 종로구 안국동 윤보선 고택의 행랑채, 동재.
1870년대 지어졌다가 한때 인쇄소로 사용됐고 다시 수리를 거쳐 옛 모습을 되찾은 한옥에서는 여러 사람이 저마다 스마트폰을 든 채 서성이고 있었다.
이들의 휴대전화가 나무 기둥에 걸린 부채, 책상에 놓인 컵 받침 등을 비출 때마다 전화기에선 다채로운 영상이 흘러나왔다.
뉴미디어아트연구회 NMARA가 상설전시관인 동재에서 선보이고 있는 기획전 '혼종 생명을 위한 진혼곡'(Requiem for Hybrid Life)의 풍경이다.
'혼종 생명을 위한 진혼곡'은 1960년대 질병관리본부가 있었던 오늘의 서울혁신파크에서 영감을 받아 출발한 전시다.
당시 이곳에서는 수많은 동물 실험이 이뤄졌고, 이를 통해 제조한 시약을 진열하고 저장했다. 동물 실험으로 오염된 폐수를 처리하는 공간도 있었다.
이날 동재에서 만난 김경미 NMARA 대표는 "인간이 생물학적 한계를 넘어 영생을 꿈꾸기 위해 동물 실험을 한 탓에 희생된 동물들의 영혼을 달래주는 진혼곡을 선사하고 제의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강효지·김경미·최보영·변상아·한여름의 '룩스 에테르나', 조애리 '파편의 소리들: 생태계의 꿈', 이주헌·조진옥 '씻김' 등 8개 팀 작가들이 저마다 희생된 동물들을 위로하는 다양한 작품을 내놓았다.
이번 전시는 10월 서울혁신파크에서 진행된 본전시에 이어 고택이라는 장소 특성에 맞게 변형됐다.
한옥 구석구석에 있는 식물 문양의 AR(증강현실) 마크에 스마트폰을 갖다 대면 서울혁신파크에서 전시·공연한 아카이빙 영상을 확인할 수 있다.
관람객은 AR 마크 스티커를 들고가서 전시장 밖에서도 동재에서 본 전시를 그대로 감상할 수 있다.
김 대표는 "AR을 통해 공간의 이동과 경험의 확장을 꾀했다"라면서 "다원예술을 언제든 다시 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시는 내년 2월 28일까지. 문의 ☎ 02-871-7838.
air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