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리스트 격퇴 임무 완수"…정확한 철수 규모와 시기는 안 밝혀
"시리아서 장기임대 현지 공군·해군 기지는 유지"…아사드와 회담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시리아 파견 자국군 철수를 지시했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이집트를 방문하러 가는 길에 시리아 북동부 라타키아에 있는 흐메이임 공군기지에 전격적으로 들렀다. 러시아군이 시리아 내전에 개입한 후 푸틴 대통령이 시리아를 방문한 건 처음이다.
푸틴은 기지에서 자국 군인들을 상대로 연설하며 "국방장관과 총참모장에게 (시리아 내) 러시아군을 원 주둔지로 복귀시키는 일에 착수할 것을 지시한다"고 밝혔다.
푸틴은 "2년여 기간에 러시아군은 시리아군과 함께 가장 전투력이 강한 시리아 내 국제 테러리스트들을 궤멸시켰다"면서 "이와 관련 시리아에 주둔하고 있는 러시아군 부대의 상당 부분을 러시아로 철수시키는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리아는 독립 주권국으로 유지됐고, 난민들이 자신들의 집으로 돌아오고 있으며 (내전 종식을 위한) 유엔 주도의 정치적 해결 조건이 조성됐다"고 철군 결정 배경을 소개했다.
이어 "여러분들은 승리를 안고 조국과 부모에게로 돌아간다"고 치하하면서 "만일 그들(테러리스트들)이 다시 고개를 들면 러시아는 새로운 더 강력한 타격을 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푸틴은 러시아가 언제까지 어느 정도의 전력을 철수시킬지 등에 대한 상세한 정보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주력 전력 철수 뒤에도 러시아가 시리아로부터 장기 임대한 흐메이임 공군기지와 타르투스 해군기지는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푸틴은 이날 기지에서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과 별도의 회담을 했으며 아사드는 러시아 공군이 임무를 훌륭히 수행했다면서 사의를 표했다.
푸틴 대통령의 시리아 철군 결정은 시리아 내전이 정부군의 승리로 마무리돼가고 있는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러시아군은 앞서 지난 6일 시리아에서의 대규모 군사작전을 사실상 완료했다고 밝혔다.
러시아군 총참모장 발레리 게라시모프는 이날 자국 주재 외국 무관들을 위한 연례 브리핑 자리에서 시리아 내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의 모든 부대가 제거됐고 시리아가 테러리스트들로부터 해방됐다고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도 이날 "국방장관이 (시리아) 테러리스트들을 완전히 궤멸시키면서 유프라테스강 동서안 작전이 마무리됐다고 보고했다"면서 시리아 작전 승리를 선언했다.
러시아는 시리아 내 IS 조직 격퇴를 위한 대(對)테러전을 명분으로 내걸고 지난 2015년 9월부터 현지 내전에 개입했다.
시리아 북동부 흐메이임 공군기지와 서부 타르투스 해군기지를 전초기지로 이용해 IS 근거지와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정부군에 맞서 싸우는 반군 부대들에 대규모 공습을 가하며 정부군을 지원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3월 일부 전투기와 병력을 철수시켰지만 대다수 전력은 그대로 유지했다.
서방은 그동안 러시아군이 아사드 정권 지원을 위해 IS가 아닌 반군 공격에 주력한다는 비판을 해왔다.
이 같은 서방의 비판에 아랑곳하지 않고 시리아 정부군을 전폭적으로 도와 내전을 사실상 승리로 이끈 러시아는 중동의 맹주인 이란, 터키 등과 손잡고 내전 종전과 전후 복구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
2011년 시작된 시리아 내전은 지금까지 4만여 명의 사망자와 수백만 명의 난민을 발생시켰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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