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터면 대형참사날 뻔…크리스마스 포스터 보고 범행장소 결정
범행동기는 NYT "미국의 IS 공습 보복", CNN "이스라엘의 가자 공습 때문"
(뉴욕·서울=연합뉴스) 이귀원 특파원 강건택 기자 = 미국 뉴욕 맨해튼 중심부를 겨냥한 11일(현지시간) 폭발물 테러의 용의자는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에 충성을 맹세했던 인물로 조사됐다.
이 용의자가 원래 노린 범행 대상은 '월요일 아침 출근길 지하철'이라는 정황도 포착돼 하마터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CNN 방송은 사법당국의 한 관료를 인용해 테러범 아카예드 울라(27)가 조사 과정에서 자신이 IS에 충성을 맹세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당국은 '충성 맹세'의 진위와 테러단체와의 연계 여부를 조사 중이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용의자는 정교한 (테러) 네트워크의 일부분은 아니다"면서도 "IS나 다른 극단주의 세력에 의해 영감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울라가 미국의 시리아 내 IS 공습에 대한 보복으로 이번 폭발물 테러를 기획했다고 전했다.
다만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외신 보도가 엇갈린다. CNN은 울라가 수사관들에게 '최근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이 벌이는 행동 때문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예루살렘 수도 인정' 선언 후 팔레스타인과의 갈등이 고조되자 가자지구를 공습하고 있다.
NYT에 따르면 그가 '포트 오소리티'(Port Authority) 버스터미널 인근 지하통로를 범행 장소로 고른 것은 크리스마스 포스터 때문이라고 진술했다. 이 포스터를 보고 지난해 12명이 희생된 베를린 크리스마스시장 테러가 떠올랐다는 것이다. IS는 올해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테러를 선동하고 있다.
이 신문은 파이프 폭탄이 용의자의 몸에 찍찍이와 지퍼로 단단히 부착돼 있었다는 제임스 오닐 뉴욕 경찰국장의 설명을 근거로 울라가 원래는 지하철에 올라 자살폭탄 테러를 벌이려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용의자를 포함해 4명이 다친 이번 테러가 자칫 더 큰 참사로 이어질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다행히 폭탄이 완전히 터지지 않았다는 점도 피해 규모를 덜 키운 원인으로 꼽힌다.
쿠오모 주지사는 "울라가 가슴에 부착했던 원시적 파이프형 폭발물은 운이 좋게도 부분적으로만 폭발했다"면서 "그가 폭발시켰지만 기대했던 효과를 완전히 내지는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프 안에 있던 화학물질이 점화했으나 파이프 자체는 폭발하지는 않아 용의자에게만 중상을 입혔다고 쿠오모 주지사는 설명했다.
쿠오모 주지사는 또 "용의자가 '온라인 제조법'을 통해 파이프 폭발물을 제조했을 수 있다. 용의자가 인터넷에서 폭발물 제조법을 습득했을 것으로 믿을만한 이유가 있다"면서 폭발물에 대해 "아마추어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로이터통신은 울라가 범행에 사용한 폭발물에 대해 '사제(homemade)"라고 전했다.
폭스 뉴스는 용의자가 자신이 일하던 전기회사에서 폭발물을 제조했으며, 알려진 공모자는 없다고 보도했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도 "울라는 혼자 행동했으며 다른 (폭파) 장치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당국은 연방수사국(FBI)과 뉴욕 경찰을 중심으로 대테러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브루클린 오션파크웨이에 있는 용의자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사건을 맡은 준 김(Joon H.Kim·45·한국명 김준현) 뉴욕남부지검 검사장 대행이 조만간 울라를 기소할 예정이라고 NYT가 보도했다. 한국계인 김 검사장 대행은 최근 맨해튼 트럭 돌진 테러의 수사를 지휘하기도 했다.
방글라데시 출신의 울라는 2011년 F-43 가족이민비자로 미국에 들어와 현재는 합법적인 영주권 취득자라고 CNN이 전했다. F-43 비자는 미국 시민의 형제자매의 자녀에게 나온다.
용의자는 범죄 전력이 없고, 현재까지는 과거 테러세력 연계 여부 등과 관련해 미 수사·정보당국의 용의선상에 오른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손과 몸통 등에 화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나 심각한 상태라고 소방당국이 밝혔다.
lkw77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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