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말까지 차별요소 개정·폐지 분명하게 약속하는 게 중요"
EU 요구-韓정부간 견해차 해소 못하면 '脫리스트' 지연 불가피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한국이 유럽연합(EU)의 '조세 비협조국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것과 관련, EU는 11일 EU의 지적사항에 대해 한국 측이 분명하게 개정 또는 폐지를 약속할 경우 이르면 내년 1월 하순이라도 블랙리스트에서 제외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 이상율 관세국제조세정책관을 단장으로 한 정부대표단은 지난 8일부터 이날까지 EU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과 이탈리아 로마에서 이번에 EU의 조세 비협조국 블랙리스트 작업을 총괄한 파브리지아 라페코렐라 EU 경제재정이사회 행동규범그룹 의장을 비롯한 EU측 관계자들과 모두 3차례 화상 또는 대면협의를 가졌다.
이번 협의를 통해 정부대표단은 EU가 한국을 조세 비협조국 블랙리스트에 포함시킨 정확한 이유를 확인하고, 블랙리스트에서 빠지기 위한 EU의 요구사항이 무엇인지를 파악했다고 배석했던 핵심 관계자가 전했다.
EU 측은 세 차례 협의 과정에 한국이 외국인투자지역과 경제자유구역에 투자한 외국기업에 대해 5~7년간 법인세·소득세 감면 등 조세혜택을 주는 것은 국내외 기업간 또는 거주자와 비거주자간 차별에 해당하는 유해한(harmful) 제도로 이런 요소를 제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내년 12월 31일까지 이런 차별적 요소를 개정 또는 폐지하겠다고 분명하게 약속하는 게 중요하다"는 입장을 한국 정부 측에 전달했다.
라페코렐라 의장은 또 "내년 1월 23일 EU 경제재정이사회가 예정돼 있어 가장 이르면 내년 1월에 한국이 블랙리스트 명단에서 제외되는 것도 가능하다"면서 "행동규범그룹은 한국 측이 EU가 지적한 사항에 대해 분명하게 약속하면 언제든지 EU 경제재무이사회에 한국을 블랙리스트에서 제외하도록 권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모든 상황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이르면 내년 1월 하순에 한국이 EU의 블랙리스트에서 빠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EU의 요구 수준과 한국 정부의 입장 사이에 간극이 해소되지 못할 경우엔 최종적인 한국의 '탈(脫) 블랙리스트'에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한국의 조세 비협조국 블랙리스트 제외 여부는 행동규범그룹의 권한이 아니라 경제재무이사회의 결정사항이라는 점에서 쉽게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는 조심스런 견해도 있다.
아울러 한국 정부가 외국인 투자기업에 대한 세제혜택을 EU의 기준에 맞도록 손볼 경우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는 점에서 국회의 협조가 없으면 시간이 지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협의에 배석했던 핵심 관계자는 "EU 측은 EU가 지적한 사항에 대한 한국 정부의 서약을 제출한 뒤 신축성 있게 논의해보자고 했다"면서 "EU 측의 명확한 입장을 확인한 게 소득이었다. 정부 입장을 정한 뒤 초안을 만들어 문구를 협의하는 등 지속적인 협의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bing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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