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쥔 수능 성적표에 울고 웃고…"눈치 경쟁 치열할 듯"

입력 2017-12-12 10:39   수정 2017-12-12 15:02

손에 쥔 수능 성적표에 울고 웃고…"눈치 경쟁 치열할 듯"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현혜란 김예나 기자 =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표가 일제히 배부된 12일 오전.
깔깔거리던 서울 광진구 광남고등학교 3학년 1반 여학생들은 '성적표를 나눠주겠다'는 담임교사의 말에 일순간 조용해졌다.
다소 긴장한 표정으로 교탁 앞에서 성적표를 받아든 학생들은 자리로 돌아가는 찰나에 빠르게 성적표를 훑어보고 책상 서랍이나 가방 안에 숨겼다.
"사탐 하나 떨어졌어"라며 짜증 내는 학생, 미간을 찌푸리며 깊은 탄식을 내뱉는 학생, 시종일관 무표정인 학생까지 다양한 얼굴이 교실을 채웠다.
김모(18)양은 "표준점수가 생각보다 낮게 나와서 놀랐다"며 "다들 수능을 잘 봤다는 뜻인데 변별력이 낮아진 만큼 끝까지 눈치 싸움이 치열할 것 같다"고 걱정했다.
이미 수시에 합격한 김모(18)군은 "올해 처음으로 영어를 절대 평가했는데 그렇게 한다고 해서 학생들이 덜 공부한 것도, 더 공부한 것도 아니고 오히려 경쟁만 치열해진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3학년 1반 담임을 맡은 염지숙 부장교사는 "영어 때문에 입시전략을 짜기가 굉장히 어려워졌다"며 "점수대가 촘촘하게 분포돼 있어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이지만 모두 최선을 다하자"며 학생들을 격려했다.
같은 시간 성적표를 받아든 서울 여의도고등학교와 여의도여자고등학교의 3학년 교실도 비슷한 풍경이었다.
여의도고 3학년 일부 남학생들은 성적표를 받고 나서도 왁자지껄 웃고 떠들며 친구들과 장난을 치는 분위기였다.
이와 달리 욕설을 뱉으며 인상을 쓰거나, 스마트폰으로 재빨리 성적표 사진을 찍어 어딘가로 보내는 학생도 있었다.
여의도고에서 만난 이모(18)군은 "수학하고 과탐 점수가 가채점보다 약간 낮게 나와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이라면서도 "영어를 잘 본 편에 속해서 영어 점수 반영을 많이 하는 대학에 지원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권아람 담임교사는 "성적이 실망스럽다고 해서 외면하지 말고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지 자포자기하면 안 된다"며 "소신 지원하면 합격 가능성이 작아지니 눈치 지원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여의도여고에 다니는 김모(18)양은 "성적표를 받으니까 끝났다는 생각은 들기는 한다"며 "수시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보고 결과에 따라 입시학원에 가서 유료 컨설팅받고 정시에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재수를 해야할 것 같다며 울상을 짓던 조모(18)양은 "성적표를 받아보니 욕이 나온다"며 "오늘은 다 잊고 친구들과 노래방에 가서 신나게 스트레스를 풀며 놀 계획"이라며 웃었다.



run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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