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민속박물관, 평창 동계올림픽 기념 특별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눈이 부신 겨울의 나날들/ 온갖 가슴 쓰다듬고 사라지리니/ 언제쯤이야/ 안부를 물은 때/ 봄은 그렇게 온다느니"
사계절이 뚜렷한 한반도에서 겨울은 춥고 긴 계절이었다. 그러나 농사가 끝나 비교적 한가하고 여유로웠다. 선조들은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연날리기, 팽이치기, 얼음낚시 같은 놀이를 즐기며 봄이 오기를 고대했다.
국립민속박물관이 평창 동계올림픽을 기념해 13일 기획전시실에서 개막하는 '겨울나기' 특별전은 그 옛날 겨울 풍경을 떠올리게 하는 전시다. 아련하고 흐릿한 추억을 환기하고 감수성을 자극하는 자료 300여 점이 전시장을 가득 채웠다.
전시 공간은 눈의 색상인 흰색으로 꾸며졌다. 또 마을의 골목길처럼 굽이돌면서 관람하도록 동선이 구성됐다. 여기에 잔잔한 음악이 깔려 서정적이고 차분한 분위기가 감돈다.
12일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이경효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는 "한국인이 겪었던, 겪고 있는 겨울을 세 가지 주제로 나눠 보여주고자 했다"며 "겨울날 야외에서 집 안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야외로 나가는 느낌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의 세부 주제는 '겨울을 맞다', '겨울을 쉬어가다', '겨울을 즐기다'이다.
먼저 '겨울을 맞다'에서는 월동 준비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알 수 있다. 김장김치를 보관하는 커다란 항아리와 강원도에서 감자를 저장할 때 썼던 감자독을 볼 수 있다. 설경을 묘사한 그림인 유덕장의 '설죽도'(雪竹圖)와 김화경의 '심촌취설도'(深村吹雪圖)도 나왔다.
제2부인 '겨울을 쉬어가다'로 넘어가면 겨울을 따뜻하게 나기 위한 지혜가 담긴 물품을 확인할 수 있다. 목화솜과 솜이불, 물범 털을 부착한 갖저고리, 팔에 착용했던 토시, 털모자, 털장갑 등이 눈길을 끈다. 실제로 바닥이 따끈따끈한 넓은 온돌방도 설치됐다.
'겨울을 즐기다'는 겨울철 놀이 문화에 초점을 맞췄다. 얼음낚시와 사냥을 할 때 사용한 각종 도구를 비롯해 썰매, 스케이트, 연과 얼레, 팽이가 전시됐다. 크리스마스 실과 연하장, 달력도 만나볼 수 있다.
전시장 한편에는 인터랙티브 미디어를 활용해 사람이 걸어가면 하얀 바닥에 발자국이 남고 찹쌀떡과 메밀묵 파는 소리가 들리는 체험 공간도 마련됐다.
이 연구사는 "자연의 순리를 따랐던 한국인의 겨울 풍속과 풍경을 둘러보며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3월 5일까지 이어진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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