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몸담았는데 부역자라 손가락질…朴에 책임 묻고 싶다"
(서울=연합뉴스) 이보배 기자 =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시를 받고 이른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업무를 했던 문체부 산하 한국문화예술위원회(문예위) 직원이 부당한 지시를 따랐던 당시의 부끄러운 심정을 토로하며 법정에서 눈물을 흘렸다.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에서 문예위 직원 김모씨가 나와 특정 문화예술인을 정부 지원에서 배제하고 불이익을 주는 블랙리스트 업무에 대해 증언했다.
대관 및 공연사업을 맡았던 김씨는 문체부 지시를 받아 특정 극단이나 단체를 정부 지원에서 빼야 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함께 업무를 했던 문체부 김모 사무관이 "창문에서 뛰어내리고 싶었다"며 괴로움을 토로한 진술 내용을 검찰이 법정에서 읽어주자 눈물을 터뜨렸다.
검찰이 '김모 사무관과 같은 감정을 느꼈느냐'고 묻자 김씨는 "이걸 왜 해야 하느냐, 누구한테 부탁해 모면할 수 있을까 (김 사무관과) 똑같이 느꼈다"고 답했다.
김씨는 문예위와 문체부에 "모든 일이 드러났을 때 부끄럽고 창피한 상황이니 빨리 인정하자"고 말했고, 이후 부장 자리에서 강등됐다고도 증언했다.
김씨는 "저도 왜 이렇게 지난 3년 동안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을 정도로 부끄러운 삶을 살아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20년 동안 몸담은 현장에서는 저를 부역자라고 손가락질한다"며 "박 전 대통령한테 책임을 꼭 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씨의 전임이었던 이모씨도 증인으로 나왔다. 그는 블랙리스트 업무에 대해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사업 자체가 없어질 수도 있다고 해서 소나기는 피해간다는 생각이 컸던 것 같다"며 "고민했지만, 정답이 없으니까 더 힘들었다"고 진술했다.
이날 재판은 박 전 대통령이 재판부에 자필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함에 따라 국선 변호인만 출석한 채 또다시 궐석재판으로 진행됐다. 지난달 28일과 이달 11일에 이어 세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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