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의학학술지 편집자들 제약회사 돈 받아도 문제 없나

입력 2017-12-13 06:00  

유명 의학학술지 편집자들 제약회사 돈 받아도 문제 없나
꽤 많은 돈 받아…이해충돌 처리 원칙·투명성 강화 필요



(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유명 의학 학술지 편집자들이 제약회사나 의료기업체들로부터 금품을 받는 일이 생각보다 흔하며 액수도 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캐나다 토론토대학 의대 제시카 리우 교수팀은 이로 인해 학술지들에 실린 연구결과들에 대한 신뢰에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다는 내용의 논문을 최근 국제의학 학술지 브리티시메디컬저널(BMJ)에 발표했다.
업체 제공 식사와 선물을 포함한 각종 금품이 일선 의료인과 병원의 '비싼 약'이나 의료기 사용 처방에 큰 영향을 준다는 연구결과들은 많다.
또 과학자들은 고의든 아니든 연구의 편향이나 왜곡 가능성 때문에 연구결과를 학술지에 발표할 때는 자금 지원을 받은 곳 등 이해관계 충돌 가능성이 있는지를 분명하게 밝히도록 요구받는다.
학술지 편집진은 이런 문제에서 자유로운가? 유명 학술지의 연구결과 채택 여부는 학자들의 명예와 성공, 연구자금 조달 등에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 업체들도 권위지에 실린 논문이 주가나 인허가, 상품 매출액 등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늘 주시한다.
편집진은 과학적 담론 형성에 주요 역할을 하며 수많은 제출 논문들의 중요도를 평가하고 전문가 검토 필요성과 출판 여부 등을 결정하는 위치에 있다.
연구팀은 미국에서 발행되는 영향력 있는 52개 의학 학술지 편집진의 금품수령 실태를 조사했다. 제약·의료기 업체가 의료인에게 제공한 일체의 금품을 자진 신고토록 의무화한 제도(오픈 페이먼츠)에 따라 2014년 신고된 자료를 활용했다.
이 제도에서 금품은 '통상적인 금품', 임상시험 등의 대가인 '연구 관련 금품', 병원 등의 공동투자나 주식지분 소유에 따른 배당 등인 '재무적 금품'으로 나뉜다. '통상적 금품'엔 컨설팅, 제약회사 주최 및 후원 회의 참석을 위한 여행과 숙식, 음식 대접, 간식과 판촉물 제공 등도 포함된다.



리우 교수팀 조사 결과 713명의 편집인 중 금품을 받은 사람이 70.1%였다. 절반(50.6%) 가량인 361명이 '통상적 금품'을, 139명(19.5%)이 '연구 관련 금품'을 받았다.
금품 수령액은 천차만별이었으나 통상 금품은 평균 2만8천136 달러(약 3천72만원), 연구 금품은 평균 3만7천953 달러(약 4천145만원)였다.
또 미국의학협회지나 미국내과학회지 등 범위가 넓은 분야의 학술지에 비해 세부 전문 분야 학회지 편집진의 금품 수령액이 훨씬 더 컸다.
통상 금품을 가장 많이 받은 상위 5명이 4개 전문 학회지 소속이었다. 심장학회지의 한 편집자는 무려 1천98만1천153달러(약 120억원)를 받아 가장 많았고, 그다음 정형외과학회지(126만4천234달러와 32만5천860달러), 내분비학회지(55만4천162달러), 류머티즘학회지(35만5천923달러) 소속 의사 순이었다.
리우 교수팀은 120억원을 받은 의사의 경우 자신이 의료기업체를 설립해 운영하다 국제적 기업에 매각했는데 이 의료기에 관한 핵심 논문의 상당수가 이 의사가 편집자로 활동한 학술지에 실렸다면서 "이해상충 문제가 없었는지 매우 우려되고 그런 기업가들이 편집자로 일해도 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리우 교수팀이 학술지들의 웹사이트를 분석한 결과 전체의 32.7%만 이해충돌 처리 원칙을 분명하게 게시했다. 5.8%는 그런 원칙이 있다고 밝혔으나 웹사이트에서 그 내용을 찾아볼 수 없었다. 원칙을 게시한 학술지들의 상당수도 강제 규정 없이 자진공개에만 의존하는 등 허술하게 운영했다.
choib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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