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국제이슈] ③'시황제'의 질주…'중국몽' 향한 '좌충우돌'

입력 2017-12-17 14:01  

[2017 국제이슈] ③'시황제'의 질주…'중국몽' 향한 '좌충우돌'
후계자 미정, 3연임 시도 주목…마오쩌둥 시대 '1인체제'로 회귀
세계 최강국 비전·공세적 대외관계…中 핵심이익에 한반도 명운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2017년 중국은 시진핑(習近平)으로 시작해 시진핑으로 끝난 한 해가 될 전망이다.
온 중국이 시진핑의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보며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기울여야 했고 그의 생각을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사상'으로 학습해야 했다.
지난 10월 중국 공산당의 제19차 전국대표대회(19차 당대회)를 기점으로 한 시진핑 집권 2기는, 중국을 사실상 마오쩌둥(毛澤東) 시대에나 볼 수 있던 1인 지도체제로 회귀시켰다.
2012년 임기 시작과 함께 총서기·국가주석·중앙군사위 주석의 당정군 3권을 한꺼번에 손에 쥔 시진핑은 임기 중간인 19차 당대회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시진핑 사상'을 공산당 당장(黨章·당헌)에 편입시켰다.
덩샤오핑(鄧小平)과 장쩌민(江澤民) 시절에 사용됐던 '당 핵심'이라는 호칭을 작년말 18기 6중전회에서 부여받은 그는 이를 통해 명실상부 마오쩌둥, 덩샤오핑 반열에 올랐다.
당대회에서 '격대지정(隔代指定)'의 공산당 전통을 깨고 후계자를 임명하지 않음으로써 3연임을 통한 15년 집권의 길을 튼 것도 의미가 작지 않다. 이는 상무위원 7인의 집단지도체제에서 우위를 갖고 '결정권'을 쥐게 된 것이었다.
아울러 시 주석이 중국의 최고권력기관이라고 할 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25명)에 측근을 대거 포진시켜, 집권 2기의 국정 장악력을 크게 높임으로써 시진핑 '1인 천하'의 기반을 확보했다.
자신과 같이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본 지식청년 출신이나 '민초'의 아픔을 경험한 간부를 대거 중용하고 이익 조정능력이 뛰어난 역대 재상의 산실인 저장, 푸젠, 장쑤성 출신들로 주변을 채운 점도 주목된다.
시 주석이 중국에선 어느 누구도 시 주석에게 제동을 걸 수 없는 황제급 위상을 갖춤에 따라 장쩌민·후진타오 집권 시기에 실현됐던 집단지도체제의 틀이 무너질지에 관심이 쏠린다.
주목해야 할 대목은 시진핑의 권력집중 외에도 그가 중국 내외에 제시한 비전이다.
3시간30분에 걸쳐 낭독된 그의 3만여자 보고서는 중국이 처한 주요 모순을 새롭게 규정하고 2050년까지 35년에 걸친 장기 국가 비전과 단계별 전략목표를 새롭게 담았다.
무엇보다 중국의 현재 모순을 '인민의 날로 늘어가는 아름다운 생활에 대한 수요와 불균형적이고 불충분한 발전 사이의 모순'으로 수정한 것은 의미가 남다르다.
따뜻하게 배불리 먹는 원바오(溫飽) 빈곤해소 단계를 끝내고 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리는 샤오캉(小康) 사회 실현을 위한 구체적 청사진을 제시한 것이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은 "개혁개방 이후 40년간 물질의 허기를 채우는 데 성공한 다음 시진핑은 중국인들에게 그간 잊고 살았던 정신의 허기를 채워주겠다고 약속한 것"이라고 했다.
나아가 2050년까지 세계 최강국을 목표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몽(中國夢) 실현을 위한 원대한 로드맵도 제시했다.
마오쩌둥이 중국을 떨쳐 일어나게(站起來·잔치라이) 하고, 덩샤오핑이 부유하게(富起來·푸치라이) 했다면 자신은 중국을 강하게 만드는 창치라이(强起來)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이는 대내적으로 홍콩 통제권 강화와 대만 외교 고립화로 중화권 '통일'을 지향하는 한편 핵심이익이라고 주장해온 남중국해 영유권 확보, 경제력 강화, 외교·군사적 외연 확대가 자리하고 있다.
그 속에서 중국 공산당의 리더십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시 주석은 당대회 폐막연설에서 "공산당은 중국 인민을 단합해 투쟁함으로써 아편 전쟁 이후 능욕당했던 처지를 완전히 바꿔놓았고 오랜 가난에 시달렸던 중화민족의 비참한 처지를 완전히 바꾸었다"고 평가했다.
마오쩌둥 시대에 나왔던 '당, 정, 군, 민, 학생과 전국 동, 서, 남, 북, 중부는 당이 모든 것을 영도한다(黨是領導一切的)'는 표현까지 다시 등장했다.
'중국의 모든 것'을 이끄는 중국 공산당의 현재 '핵심'은 시 주석이다.
즉 이런 비전과 목표를 실현해줄 테니 반부패 투쟁으로 달라진 당을 믿고 자신에게 이를 추진할 강력한 실권을 달라는 것이 시진핑의 주문이라고 할 수 있다.
시진핑의 권력집중이 단순히 개인의 권력욕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라는 평가가 그래서 나온다.
19차 당대회의 권력재편이 시 주석의 의도에 따라 큰 무리없이 진행된 것으로 미뤄 장쩌민 등 원로들도 시진핑 권력집중에 동의했고 이에 일반 민중도 순응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중국 전문가인 케리 브라운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교수는 "중국 공산당은 국가의 성장에 가장 도움이 되는 존재로 인식시키려 애쓰고 있다"며 "시진핑의 야망이 과도한 권력욕으로 변할 것이라고 예측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 황제'의 질주를 바라보는 미국과 주변국들은 걱정스럽다. 국수적 애국주의를 등에 업은 내부의 권력 폭주는 주변국에 강공 일변도의 대외정책으로 현실화될 가능성을 내포한다.
더는 움츠리지 않고 경제·외교·군사 분야에서 외부로 뻗어나가야 한다는 전략적 요구에 따라 향후 중국의 대외관계가 공세적으로 바뀔 것으로 보는게 타당하다.
'중국 부흥'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숨겨두고 있던 도광양회(韜光養晦)의 칼을 꺼내든 중국은 분발유위(奮發有爲·분발해 성과를 이뤄낸다)라는 외교전략으로 미국이 주도해온 국제질서에 도전하려 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이 다른 국가에 기본적으로 호혜적인 태도를 취하지만 자국의 핵심이익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선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갈등과 그 보복에서 보듯 시진핑 지도부는 자국의 핵심이익을 위해서는 물러서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
시 주석은 당대회 보고에서 "그 어떤 나라도 중국이 자신의 이익에 손해를 끼치는 쓴 열매를 삼킬 것이라는 헛된 꿈을 버려야 한다"고도 했다.
자금성(紫禁城)을, 건립 710년 만에 비워놓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황제급 예우를 하면서 겉으로는 트럼프의 압박에 대북제재와 무역 문제에서 상당한 양보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트럼프의 신고립주의로 미국의 국제사회 역할이 축소됨에 따라 중국은 그 빈자리를 메울 기회를 잡았다.
미국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경제력을 키운 시진핑의 중국은, 트럼프 미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로 생긴 미국의 부재를 틈타 외교·군사 방면에서도 중국 영향력을 확대하려 나설 게 분명하다.
인도·태평양 구상을 통한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포위전략을 경계하며 중국몽을 향한 자국의 전략을 흔들림 없이 밀고 나갈 것이라는 게 중국 관측통들의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북한 핵·미사일 문제를 정점으로 한 한반도의 명운은 시진핑 2기 체제가 중국의 여러 가지 이익 중 어디에 방점을 찍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사드 갈등 봉합에 합의하고 한중 정상간 만남이 이뤄졌는데도 좀처럼 한중관계 활로가 보이지 않는 것은 중국이 자국의 핵심이익으로 규정한 사안에 집요함을 보였던 전례들에서도 엿보인다.



joo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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