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공영방송' 다툼에…'과학기술 혁신계획' 삐걱

입력 2017-12-14 07:01  

여야 '공영방송' 다툼에…'과학기술 혁신계획' 삐걱
개정안 8월 발의됐지만 연내 국회 처리 불투명
예타권 과기정통부 이관도 국회 '제동'…"혁신작업 지연 우려"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를 과학기술정책의 '컨트롤타워'로 삼아, 이 분야 혁신을 가속하려던 정부의 구상에 제동이 걸렸다.
기획재정부가 갖고 있는 국가 연구개발(R&D) 예비타당성조사권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이관해 기초연구를 활성화화하겠다는 계획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선 급변하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정책 대응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4일 국회에 따르면 23일까지 임시국회가 진행되지만, 과학기술기본법 일부개정안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법 전부개정안을 다루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 법안소위는 열리고 있지 않다.
이들 법안은 국가과학기술심의회, 과학기술전략회의 등 다른 과학기술정책 기구를 폐지하고 자문회의로 조정 기능을 모아 과기정책을 신속하게 추진하는 내용이 담겼다. 기구 구성이 단순해지면 정책 추진 속도는 그만큼 빨라진다.
법안은 박홍근 의원 등 11명 의원의 이름으로 8월 국회에 제출됐지만 4개월째 제대로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소위가 열리지 않는 이유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정당 간 입장차이 때문으로 알려졌다.
10월 열린 국정감사 때도 방송 이슈로 의원들 간 설전을 벌이다, 정회를 수차례 반복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과학기술계에선 법률 개정안의 입법이 연내 처리되지 못할 거라는 비관적인 관측이 나온다.
앞서 6월 정부와 여당은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로 과학기술정책의 조정 기능을 통합한다는 내용의 정부조직 개편안을 발표한 바 있다.
과학기술정책 조정기구인 자문회의 외에 국가과학기술심의회, 과학기술전략회의 등이 있어 기능이 중복되고 기구간 연계가 부족해 과학기술 정책 의사 결정 체계가 효율적이지 않다는 비판에 따른 것이다.
과학기술계의 한 관계자는 "일본의 경우 자문기구와 심의기구가 통합된 형태의 '종합과학기술혁신회의'가 있어, 총리 주재로 과기정책을 신속하게 주도하고 있다.이런 방식이 연구 현장의 목소리를 담으면서도, 신속한 정책방향을 정하는 데 적합하리라 본다"며 조속한 입법 마무리를 촉구했다.


한편 과기정통부가 기획재정부 대신 국가 연구개발(R&D) 예비타당성조사권을 행사토록 하는 '국가재정법기본법 개정안'의 입법도 연내처리가 어려울 전망이다.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원회는 지난 12일 법안소위를 열었지만, 이 내용을 담은 개정안은 논의되지 않았다.
기재위 소속 일부 의원들은 과기정통부에만 예타권을 넘기는 것이 다른 부처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기정통부가 예타를 맡게 되면 예타 검토 기간이 20개월에서 6개월로 크게 앞당겨져 적기에 연구를 시작할 수 있게 되고, 경제성에 중점을 두고 R&D 투자 여부를 평가하지 않아 기초연구도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지난 6월 발의된 국가재정법 개정안은 여전히 국회 기재위를 통과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한 원로 과학자는 "과학기술은 3년이면 '옛 것'이 돼 버리는 데, 현재 기재부가 진행하는 예타는 2∼3년 걸린다. 그래선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지금의 예타에선 시장규모를 예측하지 못하면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 가령 제네릭(복제약)은 예타를 쉽게 통과할 수 있지만, 신약은 예타를 통과하기 어렵다는 의미"라며 "이렇게 해선 우리 과기계가 리더로 거듭나지 못하고, 패스트 팔로워로 남을 수 밖에 없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s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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