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 절반 사용자 12.7%…"업무 챙기다 놓치기 일쑤"
"연가 보상비 없애고 의무휴가제 도입해야 제대로 사용"
(청주=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 "국장님, 제가 이런저런 사정으로 휴가를 하루 꼭 가야 할 것 같습니다. 승인 꼭 부탁합니다"
충북의 한 기초자치단체 국장은 부임후 휴가를 낼때마다 직원들이 이렇게 '읍소'하는 모습이 마뜩치 않았다. 당연히 챙겨야 할 권리인데 사정조로 매달리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했다.
그는 올해 내부 전산망에 휴가 결재를 올리면 무조건 승인하겠다고 공언했다.
굳이 휴가를 가야 할 사유를 구구절절하게 대지 않아도 된다고 덧붙였다. 그의 이런 선언을 접한 직원들은 한동안 긴가민가하며 '진의'를 탐색했다.
공직사회에서 휴가를 가기 위해 윗사람 눈치를 살피는 문화가 팽배해 있음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나름 획기적인 조치였지만 그럼에도 직원들은 선뜻 휴가원을 내지 못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열리는 자치단체장 참석 의전이나 지역 주민 대상 행사를 준비하다 보면 동료에게 일을 떠넘기고 휴가를 가는 게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지방 공무원들의 연가 일수는 최장 21일이다.
지방 공무원 복무규정에 따라 재직 기간이 3개월 이상일 때 3일의 연가가 생기고, 이때부터 1년에 2∼3일씩 늘어난다. 재직 기간이 6년 이상이면 한 해에 최장 21일의 휴가를 쓸 수 있다.
그러나 충북도의 경우 올해 1∼11월 공무원 3천729명의 평균 휴가 일수를 따져보면 7.6일에 불과하다.
작년 한 해 연가 평균 사용일수 5.6일보다는 이틀 더 늘었지만 최장 21일의 36.2%에 불과하다.
물론 충북도는 쓰지 못한 휴가가 있을 경우 최장 12일치의 연가 보상비를 지급한다. 현금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 9일치의 '의무 휴가'는 챙기려고 하지만 업무가 밀리다 보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열흘 이상 휴가를 간 충북도 공무원은 12.7%인 481명에 그쳤다. 작년 22.6%(3천524명 중 797명)보다도 오히려 줄었다.
조직문화가 개선되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국장·과장 등 간부 공무원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분위기 탓에 휴가를 제대로 가지 못하는 관행은 이어지고 있다.
'일·가정 양립', '저녁과 주말이 있는 삶'을 내세우고 있지만 중앙 부처 조직문화도 여전히 휴가에 인색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김명연(안산단원구갑) 의원이 지난 10월 공개한 29개 정부부처의 2014∼2016년 연가 평균 사용일수는 10일이었다.
전국 지자체 중에는 중앙 부처보다 평균 연가 사용일수가 적은 곳이 수두룩하다. 지방 공직사회가 중앙 부처보다 휴가에 더 인색한 셈이다.
한 광역자치단체 관계자는 "시·도지사 참석 행사나 자치단체 자체로 치러야 할 축제가 줄줄이 이어지다 보니 가고 싶어도 못 가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여름 휴가로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기업에서 시행하는 것처럼 연가 보상비를 없애고 의무 휴가는 반드시 가도록 강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한 공무원은 "저녁이 있는 삶을 장려하기에 앞서 필요할 때 연가를 쓰는 문화 정착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무 휴가제를 도입하거나 연가 보상비를 없애면 공무원들의 연가 사용일수가 눈에 띄게 늘어날 것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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