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현수, 정일관에 '파울 사과' 제스처…北리명국 "월드컵 가서 잘하라" 덕담
(도쿄=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중앙선 양쪽으로 나뉘어 맞선 두 팀은 공이 굴러갈 땐 한 치 양보가 없었지만, 그라운드 곳곳에선 잠시나마 경색된 남북 관계가 무색해지는 장면이 보였다.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남자부 2차전 한국과 북한의 경기가 열린 일본 도쿄의 아지노모토 스타디움.
전날 여자부 맞대결이 북한의 1-0 승리로 끝난 직후 이어진 대결인 터라 경기 전부터 그라운드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선수단이 입장한 뒤 국가 연주까지 마무리되고 경기가 시작하기 직전 한국 대표팀의 신태용 감독은 두 팀 벤치 중앙 쪽으로 걸어갔다.
북한 대표팀의 예른 안데르센 감독도 같은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중간에서 만난 두 감독은 주먹을 맞잡고 포옹을 하고, 서로의 어깨를 두드렸다.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대회를 앞두고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환한 미소로 마주했던 감독은 이날도 웃으며 선전을 다짐했다.
시작 휘슬과 함께 웃음은 사라졌다.
흰색 유니폼을 입은 한국, 붉은 유니폼을 입은 북한은 전반전을 0-0으로 맞섰다.
이런 가운데 전반전 중 북한의 간판 공격수 정일관을 넘어뜨리는 파울을 한 한국 주장 장현수(FC도쿄)가 정일관에게 다가가 걱정이 되는 듯 머리를 쓰다듬고 일으켜주는 장면에선 배려가 엿보이기도 했다.
0-0 균형은 후반 19분 북한 리영철의 자책골로 깨져 결국 한국이 1-0으로 승리했다.
양 팀 응원단은 전날 지바에서 열린 여자부 경기에 이어 규모에선 차이가 컸지만 질 수 없는 열띤 응원전을 벌였다.
10여 명의 붉은 악마는 골대 뒤에서 변함없이 '대∼한민국'을 외쳤고, 인근에 자리 잡은 100여 명의 북한 응원단은 10여 개의 인공기, 붉은 막대풍선으로 무장한 채 '필승 조선!'을 연호했다.
경기를 마친 한국 선수들은 승리를 축하해주는 북한 응원단에도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넸다.
경기 전 북한의 간판 골키퍼이자 주장인 리명국과 대화를 나눈 장현수는 "안부를 나눴다"며 "월드컵 가서 잘하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경합을 벌인 북한의 박명성과 전반전 이후 얘기했다는 김진수(전북)는 "박명성이 '착하게 하라'고 하더라"면서 "나이를 물었더니 두 살 어리기에 '내가 형이다'라고 했다"며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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