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소신 발언한 헤일리에 '격노'
野여성의원 56명, 하원 정부감독위원장에 서한 보내 조사 촉구
(워싱턴=연합뉴스) 강영두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과거 자신에게서 성추행 등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들에 대해 알지도, 만난 적도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트위터 계정에서 이같이 밝히고, 민주당이 이 여성들을 이용해 정치적 공세를 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수천 시간, 수백만 달러의 돈을 썼지만, 민주당은 아무런 러시아 내통 의혹을 찾아내지 못했다"며 "그래서 지금 그들은 내가 알지도 만난 적도 없는 여성들의 거짓 고발과 지어낸 이야기로 옮겨가고 있다. 가짜뉴스"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트럼프 대선캠프와 러시아 간 내통 의혹에 대한 조사에서 성과가 없자, 미국 사회에 불어닥친 '미투'(me too) 바람에 편승해 자신을 공격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과거에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던 여성들은 전날 뉴욕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의회는 당파를 떠나 트럼프의 부적절한 성적 행동의 역사를 조사해야 한다"며 의회 조사를 요구했다.
또 민주당의 여성 연방의원 56명은 하원 정부감독위원회에 연명으로 서한을 보내, 즉각 진상조사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서한에서 "이미 연방의원들도 부적절한 성추행 때문에 의원직을 사임하거나 의회 조사를 받고 있다"면서 "우리는 트럼프에 대한 비난을 제기한 다수의 여성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백악관은 성명에서 "이런 거짓된 주장의 모순과 주장이 제기된 시점은 많은 것을 알려준다"며 "(이들이) 시작한 홍보 투어는 그 뒤에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는 사실에 더욱 확신을 준다"고 반박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도 정례 브리핑에서 "이 일(성추행 의혹 제기)은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기 오래전에 일어났으며 국민은 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했다"며 "이 과정을 통해 이런 의혹에 대한 답이 나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성추행 의혹을 제기한 여성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백악관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헤일리 대사는 지난 10일 CBS방송 인터뷰에서 "여성들은 언제나 편하게 나설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그들의 말을 경청할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헤일리 대사의 발언에 트럼프 대통령은 불같이 화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AP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성추행 의혹이 다시 불거지면서 갈수록 화가 났었고, 헤일리 대사의 논평은 그를 격노시켰다고 보도했다.
k02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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