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人] 자원봉사자로 나선 '최초의 스키 국가대표' 87세 임경순

입력 2017-12-14 06:22  

[평창人] 자원봉사자로 나선 '최초의 스키 국가대표' 87세 임경순
1960년 미국 스쿼밸리올림픽 출전…활강 61위·회전 40위 선전
"스키 없이 미국 도착…완주한 것만 해도 기적"
내년 2월 알펜시아 스키점프센터 스키박물관에서 근무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2018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을 음지에서 도울 2만여 명의 자원봉사자 가운데 최고령은 임경순(87) 단국대 명예교수다.
어지간한 스키 애호가도 엄두를 못 낼 스키장 최고 난도 코스를 지금도 자유자재로 누비는 임 명예교수는 대한민국 최초로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스키 국가대표 출신이다.
대한민국이 태극기를 품고 동계올림픽에 처음 등장한 건 1948년 생모리츠 대회였다.
당시에는 스피드스케이팅에서 3명의 선수만 출전했고, 1952년 오슬로동계올림픽은 한국전쟁으로 불참했다.
1956년 코르티나담페초동계올림픽 역시 스피드스케이팅 4명만 경기장에 나섰다.
그리고 1960년 스쿼벨리동계올림픽에서 스키 종목에도 출전 선수가 등장했다.
알파인 스키의 임 명예교수와 크로스컨트리의 김하윤이 그 주인공이다.
임 명예교수는 활강에서 경기를 완주한 선수 가운데 최하위인 61위, 주 종목이었던 회전에서는 40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57년 전을 회상하던 그는 "완주한 것만으로도 기적 같은 일이었다"고 말한다.


1960년 1월, 대한민국 사회는 혼란스러웠다. 사람들은 이름도 생소한 '알파인 스키'에 관심이 없었다. 지원을 기대하기도 힘들었다.
"올림픽에 나가야 하는데, 스키도 스키화도 아무것도 없었죠. 그만큼 나라가 경제적으로 어려웠습니다. 동계올림픽 가는 선수가 양복 한 벌만 입고 갔으니까 얼마나 추웠겠습니까. 지금이야 한국서 미국까지 직항으로 다니지만, 그때는 일본 나리타 공항을 거쳐 하와이에서 쉰 다음에 미국 본토에 갔습니다. 일본에서 미국 가는 비행기 푯값이 부족해서 빚지고 탔죠."
미국에 도착해서도 문제였다. 임 명예교수는 일본에서 스키를 공수해 미국으로 건너갈 계획이었으나, 한일 수교 전이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 발급한 ID카드로는 일본 입국이 불가능했다.
스키 없이 스쿼밸리에 도착했지만, 비행기 푯값도 제대로 내지 못한 판국에 고가의 새 스키를 사는 건 언감생심이었다.
"내가 스키가 없다는 소문을 미국 기자들이 들었나 봐요.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 기자가 그 내용을 기사로 알아서 퍼트렸어요. 그러니까 미국 대표팀 총감독이 신상품 홍보를 위해 대회를 찾은 스키 제조회사에 부탁해 스키 두 벌을 받아줬습니다. 지금도 그렇게 사려면 300만원이 넘어요. 제가 졸지에 부자가 된 거죠. 허허."
장비를 길들이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의 스키는 출전 선수 가운데 가장 반짝반짝 빛났다. 출전 사흘 전에야 새 스키를 받은 임 명예교수는 연습 도중 크게 다쳐 이틀을 누워 지냈다.
"활강은 중간중간 범프(눈이 뭉친 곳)가 있어요. 코치가 미리 코스를 보고 이야기해줘야 합니다. 우리는 코치가 없어서 제가 다 알아서 했죠. 다른 선수 점프하는 거 눈짐작으로 보고 했어요. 그러다가 넘어져서 다쳤죠. 완주한 것만 해도 기적이었어요.


이제 한국의 스키선수는 세계 어느 나라도 부럽지 않을 정도로 지원을 받는다.
"이제 우리도 상당히 수준이 높아졌습니다. 대한스키협회 신동빈 회장이 재정 지원을 아끼지 않습니다. 이제 선수들은 마지막 목표를 설정해 부족한 점을 구체적으로 체크, 기술적으로 완비해야 합니다. 아직 스키에서 올림픽 메달이 없는데, 이번에는 충분히 메달권에 들어갈 실력이 있습니다."
선수 은퇴 후 한국 스키 발전을 위해 평생을 바친 임 명예교수는 한국에서 열리는 첫 동계올림픽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기 위해 자원봉사자로 나선다.
"내가 마지막으로 봉사할 기회는 이번 올림픽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올림픽이 열려 너무 기쁘고, 성화까지 맡는 영광을 누렸습니다. 그런데 제게는 '전' 자가 붙은 타이틀만 남았고 현역 실무로 할 일이 없었습니다. 자원봉사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임 명예교수는 올림픽 기간 평창 알펜시아 스키점프센터에 있는 스키박물관에서 근무한다.
한국 스키의 역사인 그에게 가장 어울리는 장소다.
4b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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