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연합뉴스) 진병태 김진방 특파원 = 중국 관영 매체들이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부 장관의 전제 조건없는 대북 대화 제안과 관련, 미국이 크게 양보했다면서 긴급 기사로 보도했다.
13일 중국 중앙(CC)TV 인터넷판인 앙시망(央視網)은 틸러슨 국무장관이 현지시간으로 12일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과 한국 국제교류재단 공동 주최의 기조연설에서 이같이 말했다며, '미국 양보!'라는 제목으로 긴급 보도했다.
앙시망은 틸러슨 장관이 북한 핵·미사일 도발 위기와 관련해 "미국은 여전히 외교방식을 통한 문제 해결을 희망하고 있다. 북한이 준비된다면 미국은 아무런 전제조건 없이 북한과 협상을 시작하기를 바란다"는 발언을 소개했다.
이 매체는 이전까지 미국이 일관되게 북한의 핵·미사일 계획 포기를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삼았다고 전하고, 틸러슨 장관의 이번 발언은 미국이 크게 양보한 것이라는 해석을 곁들였다.
중국 내에선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출범 이후 아무런 전제조건 없이 북한과 회동할 수 있다고 공식적으로 의사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상당히 파격적인 제안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중국 당국의 공식 논평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쌍중단(雙中斷, 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일관되게 북핵 해법으로 제시해온 중국으로선 틸러슨 장관의 이날 발언을 높게 평가할 것으로 보인다.
관영 환구망도 틸러슨 장관의 전제조건 없는 북한과의 대화 발언을 주요 뉴스로 다뤘다.
환구망은 틸러슨 장관이 "우리는 외교 측면에서 태도를 표시한 적이 있으며 북한이 의지가 있다면 우리는 언제든지 대화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또 틸러슨 장관이 "북한을 오라고 해서 핵포기 문제만을 논의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며 그들은 이미 대량의 투자를 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충분히 현실적이다"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환구망은 이어 틸러슨 장관이 "우리는 첫 만남을 할 준비가 돼 있으며, 일단 먼저 만나고 나서야 당신(북한)이 무엇을 원하는지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환구망은 틸러슨 장관의 이번 발언에 대해 "틸러슨 장관은 외교적 수단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면 (북핵 문제 해결에) 실패한 것으로 여긴다"면서 "외교적 수단과 함께 군사적 수단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논평했다.
관영 신화통신 자매지인 참고소식망(參考消息網)도 틸러슨 장관이 조건없는 대화를 북한에 제안했다고 신속하게 보도했다.
참고소식망은 대만 관영 중앙통신사를 인용해 틸러슨 장관의 발언을 자세히 소개하며, 미국이 핵무기 폐기를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던 이전과는 변화된 태도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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