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北 대화 복귀 촉구, 기존 미국 입장 다시 강조한 것"
과도한 의미부여 자제…북미 간 대화 긍정적 흐름 탄 것으로 보는 기류도 감지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부 장관이 북한과의 '전제조건 없는 만남'을 언급한 데 대해 청와대는 과도한 의미 부여를 자제하면서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다만, 북한이 제프리 펠트먼 유엔 정무담당 사무차장의 방북을 허용하고 틸러슨 장관이 전제조건 없는 대화를 언급하는 등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북미 간 대화가 긍정적인 흐름을 탄 것이 아니냐는 판단도 조심스럽게 제기되는 분위기다.
청와대는 13일 박수현 대변인 이름으로 낸 입장문에서 틸러슨 장관의 발언 관련 "북한이 도발과 위협을 중단하고 대화에 복귀해야 한다는 미국 측의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이어 "한미 양국은 그동안 대화의 문을 열어두고 여러 계기에 북한의 대화 복귀를 촉구해 왔으며, 이와 관련한 다양한 방안에 대해 긴밀히 협의해 왔다"며 "한미 양국은 북핵 불용 원칙 견지하에 평화적 방식의 완전한 북핵 폐기라는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된다면 다양한 형태의 접촉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일단, 미국의 기존 입장을 다시 강조한 것이라며 틸러슨 장관의 발언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으나, '다양한 형태의 접촉'이라는 표현으로 조심스럽게 북미 간 북핵 대화의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풀이된다.
틸러슨 장관은 앞서 전날(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애틀랜틱 카운슬·한국국제교류재단 공동주최 토론회에서 "우리는 북한이 대화할 준비가 되면 언제든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며 "우리는 전제조건 없이 기꺼이 북한과 첫 만남을 하겠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미국이 전제조건 없이 북한과 회동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향후 상황 전개에 따라서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북미 간 대화의 물꼬를 트는 중대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는 북미가 중심이 돼서 풀어나가야 한다'는 북핵 해법과도 맥이 통하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앞서 지난 6일 청와대에서 열린 종교지도자 오찬간담회에서 "남북관계는 두 가지 대화가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데 하나는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이고 또 하나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대화"라며 "북한 핵 문제는 북미가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긴장이 최고로 고조되고 있지만 계속 이렇게 갈 수는 없다"며 "결국 시기의 문제이고 풀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일단 신중한 자세를 견지하는 동시에 틸러슨 장관의 발언 배경을 파악하는 데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박 대변인은 이날 청와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라이브 방송인 '11시 50분 청와대입니다'에 출연해서도 틸러슨 발언 관련 "제프리 펠트먼 유엔 사무차장이 북한에 다녀왔고, 북한도 사무차장 입국을 허용했다는 점, 방북 후 나온 북한 성명에 긍적적으로 읽힐 부분이 있다는 점 등은 좋은 신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엔 사무차장의 방북 결과 등을 면밀하게 국제사회가 공유·분석·평가한 후 흐름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살피는 차원에서 틸러슨 장관(발언)을 들여다볼 필요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틸러슨 장관의 발언이 트럼프 대통령과 협의를 거쳐 나온 것인지를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대북 대화 입장을 고수해 온 틸러슨 장관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시간 낭비를 하고 있다"며 공개 면박을 당한 바 있고, 심지어 미국 정가에서는 조기 경질설도 나오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kind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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