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스위스 국제연구진 "웨어러블 기기·생체이식용 전지 활용 기대"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전기뱀장어는 600V(볼트)의 고전압 전기를 생산하는 생물이다.
최근 전기뱀장어의 발전 원리를 모방해 전기를 만드는 전지가 개발됐다.
미국 미시건대, 스위스 프리부르대 등이 참여한 국제연구진은 부드럽고 투명한 신개념 전지를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고 14일 밝혔다.
이 전지는 독성을 띠지 않아, 의료용 장치나 웨어러블 기기에 전력을 공급하는 데도 쓰일 수 있을 전망이다.
연구 결과는 이날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실렸다.
전기뱀장어의 몸속에는 전기를 만드는 '발전기관'이 있다.
발전기관은 막 형태로 이뤄졌는데, 막 사이로 칼륨과 나트륨 이온이 드나들며 전위차를 만들고 이 원리로 전기를 생산한다.
연구진은 이런 막을 인공으로 구현했다.
얇은 플라스틱 시트에 두께가 100㎛(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인 하이드로겔을 원형으로 촘촘히 인쇄한 형태다.
하이드로겔은 대부분 수분으로 이뤄진 투명하고 물렁거리는 물질이다.
연구진은 이 하이드로겔 안에 나트륨 이온과 염소 이온을 다른 농도로 넣어, 시트를 포개면 하이드로겔 방울 사이를 이온들이 이동하도록 설계했다.
이렇게 만든 전지의 전압은 110V 정도였다.
전지의 부피를 줄일 수 있게, 시트를 종이처럼 접는 방식을 고안하기도 했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마이클 마이어 스위스 프리부르대 교수는 "언젠가 의료용 장치나 웨어러블 기기의 전력원으로 쓸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앞으로 전지의 발전효율을 높이는 연구를 계속하겠다고 전했다.
국내 전문가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정경윤 에너지융합연구단장은 "추가적인 연구 개발이 진행되면, 상용화 가능성이 큰 기술"이라며 "생체삽입형 의료기기의 전원으로 사용할 경우, 전지의 충전 및 교체를 위한 수술 부담을 경감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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