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중국땅 딛자마자 "난징대학살 추모…동병상련"

입력 2017-12-13 15:40   수정 2017-12-13 17:01

문 대통령, 중국땅 딛자마자 "난징대학살 추모…동병상련"

한국 대통령 난징대학살 거론하며 '역사적 동질성' 언급은 처음
'아픈 역사 공유' 강조…노영민 대사 영접 대신 추모식장 보내
'한미일 군사동맹 없다' 강한 암시…사드 넘어 전방위 관계 발전 시도 포석



(베이징=연합뉴스) 노효동 이상헌 기자 = 취임 후 처음으로 13일 중국을 국빈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화두로 꺼낸 것은 '난징대학살'이었다. 한국 대통령이 난징대학살을 거론하며 한중간 역사적 동질성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이 3박4일간의 방중 일정이 시작되는 이 날은 공교롭게도 중국인의 아픈 역사로 기록된 난징대학살 80주년이 되는 날이다. 난징대학살은 중일전쟁 때인 1937년 12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30만명 넘는 중국인이 일본군에 학살당한 사건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비롯한 당정 주요 지도자들도 문 대통령이 중국 땅을 밟던 순간 장쑤성 난징대학살 희생 동포 기념관에서 열린 추모식에 참석하는 등 국가적 추모 분위기가 달아오른 날이었다.
문 대통령은 방중 첫 공식 일정인 재중국 한국인 간담회에서 난징대학살을 소재로 말문을 열었다.
문 대통령은 "오늘은 난징대학살 80주년 추모일로, 한국인들은 중국인들이 겪은 고통스러운 사건에 깊은 동질감을 갖고 있다"며 "저와 한국인들은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희생자들을 애도하며 아픔을 간직한 많은 분께 위로 말씀을 드린다"고 애도의 뜻을 표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번영할 때 한국도 함께 번영했고 중국이 쇠퇴할 때 한국도 함께 쇠퇴했다"며 "두 나라는 제국주의에 의한 고난도 함께 겪었고 함께 항일투쟁을 벌이며 어려운 시기를 함께 헤쳐 왔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이 중국방문 첫 메시지로 난징대학살을 거론한 것은 한중 양국이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항일운동을 했던 고난의 역사를 공유한 데다 한국도 난징대학살처럼 숱한 국민이 일제의 총칼에 스러졌다는 동질감을 부각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비록 지나간 역사이지만 동병상련을 나눴기에 미래를 위해 굳게 손을 잡고 나아가자는 데 방점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양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을 겪긴 했지만 10·31 합의로 '봉인'키로 양측이 공히 결단을 내린 만큼 관계 복원은 물론 그 폭을 한층 더 넓히자는 포석도 담겼다는 분석이다.
특히 난징대학살을 언급하면서 일본의 역사인식을 에둘러 거론한 것은 이른바 3불(不) 중 하나인 한미일 군사동맹에 대한 중국의 우려를 불식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는 시 주석과의 회담을 하루 앞둔 메시지라는 측면이 강해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베이징 서우두 국제공항에 영접 나올 예정이었던 노영민 주중대사를 난징 추모 행사장으로 가라고 지시하는 등 각별히 신경을 썼다.
청와대 관계자는 "원래 상하이 총영사와 대사관 공사참사관이 추모식에 가기로 돼 있었는데 대통령이 보고를 받으시고 대사가 대통령을 영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이 나라의 중요한 국가적 행사에 직접 참석해 뜻을 기리는 것이 좋겠다고 지시하셔서 대사가 공항 영접을 나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중 양국의 '동병상련'을 토대로 미래를 향해 획기적인 발전을 이뤄 나가자는 게 문 대통령의 의중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한중 수교 이후 경제 분야의 비약적인 발전에도 정치·안보 분야는 그에 미치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고르게 발전시켜 한중 관계가 외부갈등요인에 흔들리지 않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문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새로운 시대", "새로운 여정"으로 표현했다.
honeyb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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