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인권단체 "정부, 테러위협 과장"…인권침해·철권통치 우려
(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 필리핀 국토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하는 민나다오 섬에 대한 계엄령이 내년 말까지 연장됐다.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추종세력의 테러 위협이 여전하다는 이유이지만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철권통치와 인권 침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필리핀 상원과 하원은 13일 합동 본회의를 열어 두테르테 대통령이 요청한 필리핀 남부지역 계엄령 1년 연장을 찬성 240표, 반대 27표로 승인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의회에 보낸 서한에서 IS 추종반군들의 대원 모집과 테러 위협, 공산 반군의 공격 등을 들어 이달 말로 끝나는 계엄령의 발동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5월 23일 IS 추종반군 마우테가 민다나오 섬에 있는 마라위 시를 점령하자 계엄령을 선포하며 정부군을 투입, 토벌 작전을 벌였다.
그는 지난 7월 의회 승인을 받아 계엄령 발동 기간을 연말까지 5개월 연장했다. 지난 10월 말 마라위 시 사태가 종식됐지만 두테르테 대통령은 계엄령을 해제하지 않고 군과 경찰의 건의를 받아들여 계엄령을 유지하기로 했다.
판탈레온 알바레스 하원의장은 이번 계엄령 연장 표결에 앞서 "여전히 테러범들의 움직임이 있다"며 "계엄령이 민다나오 섬 주민들을 더 안전하게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야권에서는 정부가 테러 위협을 과장했다고 반발한다.
프랭클린 드릴론 상원의원과 개리 알레하노 하원의원 등은 헌법상 계엄령 발동 요건인 반란이나 침략이 없는 상황에서 계엄령을 연장할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최근 국가인권위원회의 로베르토 카디스 위원은 계엄령 연장이 '스트롱맨'(독재자) 통치의 서곡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5월 계엄령 지역에서 군인들이 여성들을 성폭행해도 좋다는 농담을 했다가 여성·인권단체들의 비난을 샀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는 지난 11월 보고서를 통해 필리핀 정부군이 마라위 시에서 반군 토벌 작전을 벌일 때 생포한 반군을 고문하고 약탈하는 등 전쟁 범죄 수준의 불법 행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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