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구속이냐 집유냐…롯데 신동빈 '운명의 날' D-5

입력 2017-12-17 06:01  

법정구속이냐 집유냐…롯데 신동빈 '운명의 날' D-5
22일 경영비리 1심 선고공판 앞두고 롯데 '초긴장'

(서울=연합뉴스) 정열 기자 = 경영비리 혐의로 기소돼 징역 10년의 중형이 구형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한 1심 선고공판이 닷새 앞으로 다가오면서 롯데그룹이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만약 신 회장에게 실형이 선고돼 법정 구속될 경우 롯데가 추진 중인 10조원 규모의 해외사업과 지주사 체제 완성, 한일 롯데 통합경영 등에 큰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롯데는 재판과 관련한 사항에는 침묵으로 일관하며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지만, 그룹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침체됐다.
17일 법원과 롯데 등에 따르면 신 회장과 신격호 총괄회장,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서미경 씨 등 롯데 총수일가의 경영비리 혐의에 대한 1심 선고공판이 22일 서울지방법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결심공판에서 이들은 각각 징역 10년(신동빈·신격호), 7년(신영자·서미경), 5년(신동주)을 구형받았다.
총수일가뿐 아니라 채정병 전 롯데그룹 정책본부 지원실장과 황각규 전 운영실장, 소진세 전 대외협력단장, 강현구 전 롯데홈쇼핑 사장 등 주요 전문경영인들도 각각 징역 5년을 구형받아 같은 날 선고가 이뤄진다.
이처럼 주요 재벌그룹 총수일가 5명과 전문경영인 4명이 한꺼번에 기소돼 같은 날 선고를 받게 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중 롯데 창업주인 신 총괄회장은 올해 95세의 고령인 데다 중증 치매까지 앓고 있어 그에게 과연 실형이 선고될지도 관심거리다.
만약 실형이 선고돼 법정 구속되면 영어(囹圄)의 몸이 되는 역대 최고령 재벌 창업주로 기록될 전망이다.
하지만 가장 큰 관심사는 역시 50년 넘게 롯데를 철권통치해온 부친에게서 그룹의 경영권을 넘겨받은 신 회장의 실형 선고 여부다.
신 회장은 지난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국정농단 사건 결심 공판에서도 징역 4년을 구형받았지만 이는 별개의 사건이어서 22일 선고공판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구형량도 경영비리 사건보다는 상대적으로 가벼워 신 회장이 느끼는 부담감도 덜한 편이다.
신 회장과 '비선실세' 최순실 씨,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 등이 연루된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1심 선고공판은 내년 1월 26일 열린다.
롯데에서는 만약 22일 재판에서 신 회장에게 실형이 선고될 경우 10조원 넘게 투자한 해외사업이 타격을 입는 것은 물론 최근 첫발을 내디딘 지주사 체제 완성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최근 롯데는 중국과 유럽, 미국에 이어 신성장동력으로 떠오른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에 공을 들이고 있다.
롯데케미칼이 40억달러(약 4조4천억원)를 투자해 인도네시아에서 추진 중인 대규모 유화단지 건설 사업이 대표적이다.
대규모 자금투자나 인수·합병(M&A)이 수반되는 해외사업의 특성상 의사결정권을 가진 총수의 유고(有故)는 큰 약점이 될 수밖에 없다.
신 회장이 그동안 공을 들여 쌓아온 현지 정·재계 인맥을 활용하기 어려워진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올해 첫발을 내디딘 지주사 체제의 완성이 요원해진다는 것도 롯데 입장에서는 상당한 악재다.
롯데그룹의 지주사 체제는 식품과 유통 부문의 42개 계열사를 1차로 편입한 롯데지주에 그룹의 또 다른 축인 관광·화학 계열사를 추가로 편입해야 비로소 완성된다.
하지만 신 회장이 법정 구속될 경우 식품·유통 부문 이외 계열사들의 중간지주회사격인 호텔롯데의 상장 추진은 당분간 불가능할 전망이다.
한국거래소의 상장 규정상 회사의 경영투명성이 주요 상장 심사 요건이어서 심사 통과 자체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불안한 지분구조에도 신 회장 개인의 카리스마와 인맥으로 구심력을 유지해온 일본롯데의 '분리 경영'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본에서는 회사 경영진이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으면 책임을 지고 이사직에서 사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신 회장이 실형을 선고 받으면 일본롯데홀딩스가 이사회나 주총 등을 통해 신 회장의 대표이사직 해임을 결의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현재 일본롯데홀딩스는 신 회장과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사장이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데, 이 경우 일본롯데홀딩스 이사회의 실권은 다카유키 사장을 비롯한 일본인들이 장악하게 된다.
일본롯데의 지주사인 일본롯데홀딩스는 광윤사(28.1%), 종업원지주회(27.8%), 관계사(20.1%), 임원지주회(6%) 등이 주요 주주이며 신 회장의 지분율은 1.4%에 불과하다.
만약 신 회장의 유고로 그를 정점으로 하는 한일 통합경영이 중단되면 M&A 등 대규모 투자를 위한 결정에서 일본롯데가 대주주로서 자신들의 이익에 어긋난다고 판단하면 제동을 거는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동남아를 중심으로 한 해외투자와 지배구조 개선 작업을 활발히 진행 중인 롯데 입장에서는 신 회장의 유고가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며 "'뉴 롯데' 건설을 위한 성장통이라 할 수도 있지만 국가경제에 보탬이 되는 쪽으로 결론이 내려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passi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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