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직접 삽입 "언급 안 할 수 없어"…"예 갖춰야" 주중대사 추모식장 보내
일본 자극 우려에 청와대 관계자 "인류 보편적 감정 말한 것"
(베이징=연합뉴스) 노효동 이상헌 기자 = 중국을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외교적으로 민감할 수 있는 '난징대학살'을 공개리에 언급한 까닭이 뭘까.
3박4일 일정으로 이날 중국에 도착한 문 대통령은 재중국 한국인 간담회와 한중 비즈니스 포럼 연설에서 잇따라 난징대학살을 비중 있게 거론했다. "동병상련", "동질감"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일제강점기 고통의 역사를 중국과 공유하고 있다는 측면을 강조하면서 양국이 새로운 시대를 열어나가자고 역설했다.
난징대학살은 중일전쟁 당시인 1937년 12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30만명이 넘는 중국인이 일본군의 총칼에 희생된 사건으로, 한국 대통령이 이 사건을 공식 거론하며 중국과의 동질성을 강조한 것은 문 대통령이 처음이다.
일본이 가해국이라는 점 때문에 다소 민감한 사안이라 이날 언급은 다소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졌다. 특히 문 대통령은 한 발짝 더 나아가 대학살 사건을 거론하면서 "사람은 누구나 존재 자체가 존엄하다. 사람의 목숨과 존엄함을 어떤 이유로든 짓밟아서는 안 된다는 게 인류 보편의 가치"라고 강조했다. 또 "이제 동북아도 역사를 직시하는 자세 위에서 미래의 문, 협력의 문을 더 활짝 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거를 성찰하고 아픔을 치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일본을 겨냥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문 대통령은 이 같은 언급을 하기 위해 처음부터 치밀하게 준비했다기보다는 중국 땅을 밟은 첫날인 이날이 마침 난징대학살 80주년이 되는 날이어서 고민 끝에 거론했다는 게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마침 오늘이 난징대학살 80주년이었고 중국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추모행사가 있었기에 대통령도 관련 발언을 한 것이지, 처음부터 방중 날짜를 난징대학살 80주년에 맞춘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중국과 협의를 거듭하다 13∼16일이라는 날짜가 나왔고, 우연히 방중일이 학살 추모일과 겹쳤다는 설명인 셈이다.
이날이 시진핑 국가주석까지 참석하는 일종의 국가적인 제삿날이란 점을 확인한 문 대통령은 고민하다 "그러면 관련 발언을 하지 않을 수 없지 않으냐"며 직접 연설문에 관련 내용을 넣었다고 한다. 또 "우리도 예를 갖춰야 하지 않겠느냐"며 공항 영접을 나올 예정이었던 노영민 주중대사를 추모식장인 장쑤성 난징대학살 희생 동포 기념관으로 가도록 지시했다.
결과적으로 문 대통령의 언급이 일본을 자극할 수도 있다는 일부의 지적에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그런 생각을 안 할 수는 없지만, 일단 대통령이 중국에 왔고 국가적 제사가 있는 상황에서 발언을 안 하는 것도 이상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외교적·국제적인 이슈라기보다는 인류의 보편적 감정, 생명과 사람에 대한 존중, 그런 정서에 대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우리 대통령 입장에서 말씀하신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honeyb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