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힝야 '인종청소' 현장에선 삶이 멈췄다"

입력 2017-12-14 10:23  

"로힝야 '인종청소' 현장에선 삶이 멈췄다"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마치 삶이 멈춘 듯했다. 사람들의 움직임이 사라졌고 시장은 문을 닫았다"
핍박받는 동족을 보호하겠다며 지난 8월 대(對) 미얀마 항전을 선포하고 경찰서를 습격한 로힝야족 반군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
ARSA를 테러 단체로 규정하고 대규모 소탕전을 벌이면서 '인종청소' 논란에 휩싸인 미얀마군.
양측간 충돌로 수백 명이 죽고 65만 명에 육박하는 국경 이탈 난민이 발생한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州)는 유혈사태 후 넉 달이 흐른 지금 어떤 모습일까.
국제 구호단체 가운데 유일하게 미얀마 정부의 허가를 받아 라카인주에서 활동하는 국제적십자위원회(ICRS)의 도미니크 스틸하트 운영국장은 최근 방문한 유혈사태 현장의 참혹한 모습을 이렇게 전했다.
"라카인주 북부지역은 분명 안정을 되찾았다. 아주 가끔 사건이 벌어지고 있지만, 소수민족 공동체 사이에는 엄청난 긴장감이 조성되어 있다"



스틸하트 국장은 "(라카인주 내) 2개의 주요 인종그룹은 서로를 겁내고 있다. 내가 놀란 것은 소수인 이슬람교도뿐만 아니라 다른 종교그룹들도 겁을 먹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소속된 ICRC는 유혈사태를 겪고도 국경 밖으로 도피하지 않았거나 하지 못한 15만 명 가량의 내국인 난민들에게 식량과 식수 등을 공급하고 있다.
구호활동을 위해 최근 마웅토, 부티다웅, 라테다웅 등 유혈사태 발생 지역을 다녀온 그는 "시골 길을 따라가다 보면 양옆으로 완전히 파괴된 마을들을 볼 수 있다"며 "(로힝야 거주지) 훼손 상태가 얼마나 심한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마치 삶이 선로위에서 멈춰 선 것 같다. 사람들의 움직임이 사라졌고, 시장도 문을 닫았다"며 "이슬람교도들은 공격을 당했다는 사실 자체보다 텃밭, 시장과 같은 삶의 터전에 다시 돌아갈 가능성이 희박해졌다는 사실을 두려워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미얀마와 방글라데시는 60만 명이 넘는 난민 송환을 2개월 내에 시작한다는데 합의했다. 그러나 미얀마군의 잔혹행위를 두려워하는 난민들은 안전이 보장되고 차별이 사라져야만 돌아갈 수 있다는 반응을 보인다.
스틸하트 국장은 "난민 송환은 자발적이고 안전해야 한다. 하지만 돌아가려는 움직임이 많지 않고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본다"며 "아직도 하루 300명가량의 난민이 미얀마에서 도망치고 있다"고 개탄했다.




meola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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