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곡 '템페스트' 현대 소설로 재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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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해마다 노벨문학상 후보로 자주 거론되는 캐나다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78)의 신작 소설 '마녀의 씨'(현대문학)가 출간됐다.
이 소설은 영국과 미국에 설립된 호가스 출판사가 지난해 셰익스피어 400주기를 맞아 기획한 '셰익스피어 다시 쓰기 시리즈' 네 번째 작품이다.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현대 소설로 재탄생시키는 프로젝트로, 애트우드는 셰익스피어 말년의 걸작인 '템페스트'를 택했다.
애트우드는 가장 좋아하는 작가가 누구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늘 셰익스피어를 꼽는다고 한다. 그 이유로 그는 지난해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무한히 다양한 형태로 해석할 수 있다"고 답했다.
애트우드는 특히 템페스트가 은퇴를 앞둔 셰익스피어 본인의 심경을 담은 듯 온갖 풍파와 희로애락, 삶의 덧없음과 아름다움이 한데 뒤섞여 있다는 점에 깊이 매료됐다고 한다.
그는 "템페스트에는 아직 답을 내리지 못한 질문들이 많이 담겨 있다. 등장인물들의 성격도 매우 복잡하다. 그 질문들의 답을 찾고 복잡한 요소를 풀어내는 일에 도전하는 것은 이 작품이 가진 커다란 매력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 희곡은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한 한 남자가 복수를 꿈꾸다 결국 화해와 용서를 거쳐 행복한 결말에 이르는 이야기다.
애트우드는 이런 줄거리를 현대 영국의 연극계를 배경으로 변주했다.
주인공 필릭스는 큰 연극 축제를 총지휘하는 예술감독이다. 그는 후원자를 상대하거나 회의에 참석하는 등 업무로 바빠 사소한 일은 부하 직원 토니에게 일임한다. 그는 아내와 외동딸을 잇달아 잃은 뒤 연극에 대한 집착이 심해졌는데, 토니가 몰래 그를 몰아낼 음모를 꾸며 결국 예술감독 자리를 빼앗긴다.
토니는 승승장구해 문화부 장관에 오른다. 필릭스는 '듀크'라는 가명으로 위장한 채 한 교도소 재소자들에게 셰익스피어 희곡을 가르치고, 12년 후 교도소에 희곡 수업을 시찰하러 온 토니 앞에서 '템페스트'를 무대에 올리려 한다.
작가는 원작에서처럼 주인공이 마지막 순간에 적을 용서하고 스스로 복수심에서 해방되는 모습을 통해 진정한 자유와 구원에 이르는 길을 보여준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읽는 내내 가슴 저리게 하면서도 유머를 간직한 이야기. 셰익스피어의 원작과 딱 맞아떨어지면서도 애트우드만의 독특함을 잃지 않는 구성. 간결하지만 아름답고 경이로운 작품"이라고 평했다.
432쪽. 1만4천500원.
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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