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고용 vs 자회사 고용'·'고용승계 vs 공개채용' 논쟁 격화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방식 두고 노사·노노 갈등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연내 완료를 목표로 추진 중이던 인천국제공항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이 해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정규직 전환방식을 두고 노사 간 협상이 지지부진해 인천국제공항공사 내부에서도 올해 안에 정규직 전환을 위한 대타협이 이뤄지기는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5일 공사 관계자는 "정규직 전환과 관련해 발주한 연구용역 최종보고서가 내년 1월 초에 나올 예정"이라며 "연내 정규직 전환방식에 대한 노사 합의가 이뤄진다고 해도 행정절차를 완료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하다"고 말했다.
특히 노사는 직접고용·자회사를 통한 간접고용, 공개채용·고용승계 등의 문제를 두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 직접고용 vs 자회사 통한 간접고용
공사는 자회사를 통한 간접고용이 아닌 직접고용 인원을 최소화하려 하지만 비정규직 노조는 가급적 많은 인원이 공사에 직접 고용돼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특히 지난달 23일 열린 '인천공항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방안 공청회'에서는 직접고용 인원에 대한 현격한 시각차가 드러났다.
이날 공청회에서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은 약 1만 명에 달하는 비정규직 가운데 공사가 직접 고용해야 하는 인원을 854명으로 분석했다. 반면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비정규직 4천504명을 직접 고용하는 안을 가장 바람직하다고 봤다.
두 기관의 추정 결과가 이처럼 큰 차이를 보인 것은 정부가 제시한 정규직화 가이드라인의 핵심인 '생명·안전 업무'에 대한 해석이 달랐기 때문이다.
정부의 가이드라인은 국민의 생명·안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업무에 대해 직접고용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다만 생명·안전 업무의 판단 기준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생명·안전 업무와 직결된 분야를 어느 범위까지 인정하느냐를 두고 노사 간 갈등은 언제든 불거질 수 있다.
한편 당초 비정규직 전원을 직접 고용하라고 요구했던 노조는 현재 자회사를 통한 고용도 수용하겠다며 한발 물러선 상태다.
노조는 다만 ▲ 고용안정 보장 ▲ 직접고용 대상자와의 임금·처우 차별 금지 ▲ 자회사 운영 독립성 보장 ▲ 인천공항공사와 직접 교섭 등 4가지 사안을 자회사 고용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하지만 공사는 비정규직 노조의 직접 교섭 요구 등에 대해 난색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공개채용 vs 고용승계
협력사 비정규직을 공개채용을 통해 정규직으로 전환할 것인가, 아니면 별도 시험 없이 그대로 고용할 것인가도 쟁점이다.
비정규직 노조는 '전원 고용승계'를 원칙으로 내세운다. 비정규직 노조 관계자는 "정부의 가이드라인 자체가 전환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며 "이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공사 측은 어느 정도 공개채용 도입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공사 관계자는 "기존 비정규직의 경력에 따라 가점을 제공하는 식으로 경쟁을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또 부적격자를 걸러내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문제를 두고는 노노 갈등도 벌어지는 모양새다. 공사 정규직 노조는 비정규직의 무조건적인 정규직화는 불공정 행위라며 '공개경쟁 채용'을 촉구하고 나섰다.
정규직 노조는 지난달 10일 '공사 직원 채용은 공개경쟁 채용이 원칙이다'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고 공개경쟁 채용을 요구했다. 또 지난 12일에는 공사 경영진이 비정규직 노조의 요구에 끌려다닌다며 비판 성명을 내기도 했다.
이처럼 정규직 전환방식을 둘러싼 협의가 삐걱거리면서 '비정규직 제로'의 첫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인천공항의 정규직 전환 작업은 해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공사 관계자는 "노사와 전문가 등이 참석하는 회의를 통해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바람직한 정규직 전환 모델을 만들고자 한다"고 밝혔다.
kih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