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아시아 소사이어티' 강연…"韓美中日, 北 압박 의지 확고"
"트럼프 '미국 우선주의', 세계의 분열 초래해"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14일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은 어떠한 국가도 홀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역사의 교훈을 배워야 할 것"이라며 북한의 핵 개발 포기를 촉구했다.
반 총장은 이날 홍콩 JW메리어트호텔에서 비영리재단 '아시아 소사이어티'가 개최한 갈라 디너에서 중동 위기, 지구 온난화와 함께 북핵 문제를 인류가 직면한 3대 위기로 규정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반 총장은 "북한이 핵·미사일 프로그램의 진전을 이루더라도 북한에 돌아오는 것은 고립과 몰락뿐일 것"이라며 "김정은은 어떠한 국가도 고립된 상태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역사의 교훈을 배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1950년 발발한 한국전쟁 이후 가장 위험한 안보 위기를 맞고 있다"면서 "하지만 중국이 유엔의 대북 제재를 철저하게 이행하겠다고 다짐했고, 한국과 일본, 미국 등이 강고하게 북한을 압박하고 있는 만큼 사태를 낙관하게 하는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반 총장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반 총장은 "2007년부터 2016년까지 10년 동안 제8대 유엔 사무총장으로 재직하면서 세계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했지만, 지금의 세계는 분열과 고립주의, 갈등과 불안에 휩싸여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분열과 갈등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의 하나가 되고 있다"면서 "파리협약 탈퇴, 예루살렘의 이스라엘 수도 인정 등 그의 일방적인 외교 정책은 세계에 더 큰 혼란을 불러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미국은 민주주의와 자유시장 등의 가치를 수호하면서 '하드 파워'와 '소프트 파워' 모두에서 세계를 이끈 역사를 가지고 있다"면서 "미국이 진정 세계를 선도하길 원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글로벌 리더십'으로 복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 총장은 현재 인류가 직면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이 '세계 시민'의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 총장은 "아직 고등학생이었던 1962년 너무도 운 좋게 미 백악관으로 가서 존 F.케네디 대통령을 만날 수 있었다"며 "당시 케네디 대통령은 우리에게 국가의 경계를 넘어 세계 시민의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각국 지도자는 국민에게서 인기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에 빠져들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세계를 만들기 위한 세계 시민의 의식을 가져야 할 것"이라며 "이러한 각국 지도자의 의식 변화가 더 나은 세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군림하려는 지도자, 지배하려는 지도자는 21세기에 적합한 지도자가 결코 아니다"며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사람들에게 모범을 보일 수 있는 지도자가 미래를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반 총장은 더 나은 세계를 만들기 위해 유엔의 더욱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반 총장은 "유엔은 지구 온난화, 이란 핵 문제 해결 등에서 각국을 협상 테이블에 앉히고, 각국 지도자의 합의를 끌어낸 위대한 전통을 가지고 있다"면서 "지금이야말로 유엔의 이러한 역할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북핵 문제보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물론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시리아, 레바논 등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라며 "세계 각국과 유엔은 중동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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