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시·취업 준비과정 나누고 학생이 선택할 수 있게 해야"
"지식암기 교육은 미래 대비 안 돼…스스로 삶 방향 정해야"
(수원=연합뉴스) 류수현 기자 =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26일 "4차 산업혁명으로 직업 구조가 바뀌고 있는 현시대에 고등학교 교육은 학생의 적성과 진로에 따라 '선택제'로 가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 교육감은 이날 연합뉴스와 신년인터뷰에서 "학생들이 진로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줄이려면 교육에 대한 선택권이 강화돼야 한다"라면서 "대학을 가고 싶은 학생들은 대학입시 준비과정을, 고등학교 졸업 후 취업을 염두에 둔 학생은 취업 준비과정을 들을 수 있도록 고등학교 교육과정이 트랙제로 운영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 교육감과의 문답.
-- 새 정부에 대한 평가와 바라는 점은.
▲ 새 정부가 국가교육회의와 교육자치정책협의회를 구성한 것과 교육부 개혁, 교육자치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출범한 데 큰 점수를 주고 싶다. 국가교육회의가 아직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국가가 중심이 돼서 교육 정책을 만들어오던 것을 이제는 다양한 교육 관계자들과 함께 만들고 국민의 의사를 반영한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또 모든 학생에게 균등한 기회를 배분한다는 의미에서 외고, 자사고, 국제고 입시를 내년부터 일반고와 동일하게 시행하는 정책도 교육적 가치를 세운 일이라고 본다. '학생들 줄 세우기'라는 비판을 받았던 국가수준학업성취도 제도를 '현재 학업 성취가 어떤 수준인지 밝히는' 성격의 표집으로 전환한 것은 교육 현장의 묵은 때를 벗겨낸 것과 같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 말에는 학교구조와 운영 방법이 지금과는 근본적으로 달라져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수 있는 교육 정책 틀이 만들어지면 좋겠다. 이를 위해선 교육부와 전국 시·도교육감들의 노력뿐만 아니라 현 대학입시제도와 대학 구조의 변화도 병행돼야 할 것이다.
-- 경기도 고교 정상화 사업에 대한 평가는.
▲ 5%의 학생이 아니라 95%의 학생이 행복하게 공부할 수 있는 학교를 만들어 가야 한다. 고등학교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적성과 진로를 찾고 발전시키게끔 도와줘야 한다. 교사들이 최대한 학생 교육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교육 환경이 바뀌어야 한다. 고등학교 교육 정상화만 놓고 본다면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상당 부분은 성취됐다. 경기도교육청이 추진한 9시 등교와 야자 폐지 정책 등은 학생들이 정규교육과정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왔다. 혁신학교 확대 운영도 경쟁 입시 위주의 고교교육을 정상화하고 학생이 주체가 되는 교육을 공고히 하기 위한 노력이다.
-- 미래 고교교육은 어떤 방향이 바람직한가.
▲ 고등학교 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은 기술과 사회, 직업, 교육 분야에서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학생 70% 이상이 "(학과를) 잘못 선택했다"라고 답변했다고 한다. 대학 입시과정이나 기술전문대학 준비과정, 취업 준비과정 등 고교교육을 트랙제로 운영해 학생들이 역량과 적성을 100% 살려낼 수 있도록 그들에게 교육과정 선택권을 줘야 한다. 트랙제가 도입되면 현재 교사 선발 제도도 바뀔 것이다. 교사들은 4차 산업혁명을 맞아 IT나 예술, 사회과학, 인구 등 각 분야에서 인증을 받아야 하는 등 교사 인력풀도 전문가들로 구성돼야 한다.
-- 2022년 고교학점제 도입에 대한 대비책은.
▲ 교과편성은 어떻게 할건지, 교사 구성은 어떻게 할건지, 전문가가 교육에 참여할 수 있도록 문을 어떻게 열어둘 것인지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경기도교육청은 고교학점제 기반이 되는 '교육과정 클러스터', '주문형 강좌', '자유수강제' 등을 통해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을 확대해왔다. 현재 3개 이상 진로집중과정 운영학교는 104곳, 공동교육과정 운영학교는 201곳, 주문형 강좌 운영학교는 94곳으로 이런 교육 성과들을 일반화하고 '고1∼고3' 학년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무학년 학점제'를 시행하는 시범학교 등을 점차 확대해 고교학점제를 안정적으로 정착시켜 나가겠다.
-- 직업계고의 조기취업 현장실습 폐지에 동의하나.
▲ 최근 직업계고 현장실습 과정에서 발생한 잇단 사고의 원인은 근로기준법과 직업교육훈련 촉진법 등 관련 법을 적극적으로 지키기 위한 사회 의지가 부족했던 것이 아닐까 한다. 학교는 학생들의 취업률을 높임으로써 성과를 내고자 현장실습을 무리하게 진행한 점은 없는지 성찰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조기취업 현장실습 전면 폐지보다는 교육적인 방법으로 현 제도를 보완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교육 당국은 학생들이 안전하게 체험 실습을 할 수 있도록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무엇보다 노동 인권 교육을 강화해 학생 스스로 불합리한 상황에 관해 주장을 펼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 학생과 학부모에게 신년 메시지를 보내자면.
▲ 인공지능 기반 사회에서 지식암기 위주 교육으로는 미래에 대응할 수 없다. 교육과 평가 방법이 '입시'에 맞춰진 오늘날 교육은 새로운 지식이나 가치를 만드는 협력 중심 교육으로 전환돼야 한다. 학생들은 스스로 삶의 방향을 정하고 만들어 갈 수 있는 관리능력을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 학교 수업은 프로젝트와 문제 해결 방식의 학습, 토의·토론 학습 방법 등으로 개선돼야 할 것이다. 새로운 시대 교육 변화를 위해 많은 격려와 관심을 부탁한다.
you@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