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미얀마 당국이 로힝야족 유혈사태를 보도해온 외신 기자를 정부 공문서 불법 취득 혐의로 체포한 데 대한 국제사회의 반발이 거세다.
특히 유엔 사무총장은 '민주화 영웅'으로 칭송받던 아웅산 수치가 주도하는 문민정부 하에서 언론의 자유가 무너지고 있다며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15일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일본을 방문 중인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전날 미얀마 문민정부에서 언론의 자유를 포함한 인권이 심각하게 침해당하고 있다며 미얀마 당국에 체포된 로이터 통신 기자 석방을 위해 국제사회가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미얀마에서 인권이 심각하게 침해당하고 있는 것을 우려한다. 이와 관련해 언론의 자유가 무너지고 있어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자들이 체포된건 엄청난 인도주의적 비극에 관한 보도를 했기 때문"이라며 "국제사회는 이들을 석방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안토니우 타자니 유럽의회 의장도 미얀마 정부에 구속 기자 석방과 언론의 자유 보호를 촉구했다.
언론인 출신인 안토니우 의장은 "이번 사건이 집중 조명되어야 하며 인권과 언론의 자유는 존중되어야 한다. 미얀마 정부가 구속한 기자들을 즉각 석방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 탄압 문제를 취재해온 기자들을 구속한 것이 로힝야족 위기에 관한 유럽연합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럽연합은 로힝야족 유혈사태의 책임이 있는 미얀마 군부와의 모든 관계를 끊은 바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도 성명을 통해 로이터 통신 기자 구속과 관련해 미얀마 정부에 '깊은 우려'의 뜻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언론의 자유와 라카인주에서 벌어지는 사건에 관한 사실을 대중에게 알리기 위한 사람들의 능력을 존중하고 지지한다"고 말했다.
앞서 미얀마 경찰은 지난 12일 로이터 통신 소속의 현지인 기자 와 론(31)과 초 소에 우(27)를 체포, 영국 식민지 시절인 1920년에 제정된 '공직 비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미얀마 정보부는 성명을 통해 "이들이 라카인주 보안군에 관한 중요 문서를 외국에 있는 기관에 전송하려 했다"고 설명했지만, 현지 언론은 이들이 로힝야족 인종청소 문제를 보도해온 것이 구속의 주된 이유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앞서 미얀마 경찰은 로힝야족 유혈사태를 둘러싸고 터키가 앞장서 비판적인 목소리를 낸 가운데, 지난달 드론으로 수도 네피도의 의회 건물을 촬영하려던 터키 국영방송 TRF 소속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국적 기자 2명을 체포한 바 있다.
경찰은 이들을 항공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해 2개월의 실형을 살게 했다. 또 경찰은 이민법과 무역법 위반 혐의까지 적용해 이들을 추가 기소하려 하면서 과도한 처벌이라는 비판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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