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학당 10년] ③ "한국 전도사 될래요" 현장 목소리

입력 2017-12-18 06:31  

[세종학당 10년] ③ "한국 전도사 될래요" 현장 목소리
베트남 장학생 응우옌 씨 "한류 좋지만 한국인은 더 좋다"
우즈베크 최유리 교원 "양국 잇는 인재 키우는데 사명감"

(서울=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세종학당재단 장학생으로 선발돼 올 초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에 입학한 응우옌 투 후엔(26) 씨는 공부를 마치고 귀국하면 대학 강단에서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알리겠다는 꿈을 키우고 있다.
또 세종학당 교원으로 선발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세종학당에서 근무하고 있는 최유리(26) 씨는 현지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것보다 배우는 게 오히려 더 많고 보람도 크다고 느껴 1년 연장 근무를 결심했다고 한다.

◇ "세종학당 덕분에 꿈 성취…양국 닮은 것 많아"
"한국 유학이라는 꿈을 이뤘기에 유학생활 하루하루가 너무 소중합니다. 이제는 한국을 베트남에 알리는 전도사가 되겠다는 더 큰 꿈을 꾸고 있습니다."
한국외대 캠퍼스에서 만난 응우옌 투 후엔 씨는 자신을 "17학번 이추현"이라고 소개했다. 학과의 한국인 친구들이 지어준 이름인데 너무 좋아서 자기소개를 할 때면 꼭 밝힌다고 한다.


중학교 때부터 열혈 한류팬이었다는 그는 2010년 하노이 세종학당의 문을 두드렸고 2015년 한국계 회사에 취직했다. 하노이 노동대학에서 회계학을 전공했지만 학당에서 배운 한국어 실력 덕분에 주요 업무는 통역이었다.
그는 "통역 일을 할수록 한국에서 한국문화를 체험하고 한국어 실력도 더 갈고닦아야겠다는 열망이 커졌다"며 "학비 부담이 커서 어학연수만 하려고 했는데 세종학당재단 장학생으로 선발돼 꿈만 같다"고 밝혔다.
재단은 올해부터 세종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 중 우수 학습자 10명을 선발해 한국외대, 강남대, 조선대로의 유학을 지원하고 있다.
수업을 쫓아가기가 힘들지 않으냐는 질문에 "못 알아듣는 말이 있어서 늘 맨 앞자리에 앉아 핸드폰으로 녹음했다가 몇 번씩 반복해 듣는다"며 "힘들지만 새로운 표현을 익힐 때마다 한국을 더 가깝게 느끼게 돼서 좋다"고 대답했다.
한국에 와서 제일 감탄한 것에 대해서는 어디를 가도 항상 줄을 서는 질서의식, 편리한 대중교통, 도서관 등 공공장소에서 도난 걱정을 안 해도 되는 점 등을 꼽았다. 사람들이 친절해 이방인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고 외롭지도 않다고 했다.
그는 "거리에서 길을 물어보면 몇 분 거리는 직접 안내해 주는 사람들이 많다. 베트남에서는 상상도 못 했던 일"이라며 "한국을 잘 모를 때는 K팝·한식·드라마 이런 것에 끌렸는데 이곳에 와보니 한국인이 제일 좋다"고 말했다.
응우옌 씨는 "베트남도 한자문화권이다 보니 단어 발음도 비슷하다. 예를 들어 증권은 베트남어로 증콴이고 준비라는 단어를 베트남에서는 쥔비라고 읽는다. 음식문화도 친숙하다"며 "경제교류뿐만 아니라 사회·문화 등 여러 방면에서 양국은 더 가까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내친김에 대학원까지 공부한 뒤 졸업하면 베트남으로 돌아가 대학의 한국어(학)과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싶다는 그는 "유학 경험을 바탕으로 베트남인의 입장에서 궁금해하는 한국을 제대로 알릴 것"이라고 포부를 말했다.

◇ "뜨거운 학습 열기에 교사도 긴장"
"대부분의 학생이 한국어를 배워 한국 유학을 가거나 한국계 기업에 취직하겠다는 목표가 있어서 교사도 긴장할 정도로 수업 열기가 뜨겁습니다.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을 잇는 인재들을 키운다는 사명감에 보람도 큽니다."
경기대 국문과를 마치고 같은 대학원에서 한국어교육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최유리 씨는 2015년부터 2년간 한국외대와 아주대에서 한국어 강사로 활동했다. 해외에서 좀 더 체계적으로 가르쳐보고 싶어진 그는 올 초 세종학당재단의 파견 교원으로 선발돼 우즈베키스탄의 타슈켄트 세종학당에서 1년간 전담교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겨울방학 기간에 일시 귀국한 그는 "어디에 있는지도 잘 몰랐던 나라의 젊은이들에게 한국이 그렇게 인기가 높은 줄 몰랐다"며 "K팝이나 한국드라마를 실시간으로 보고 있어서 대중문화에 대해서는 나보다 더 잘 알 정도"라고 말했다.
타슈켄트 세종학당을 다니는 400여 명의 학생 중에는 3분의 1 정도가 고려인이다. 교사로 부임해 처음으로 고려인을 만났다는 그는 "강제이주의 아픈 역사를 겪으면서도 정체성을 지켜왔다는 사실에 감동했다"며 "단순히 외국인을 가르치는 것보다 더 애정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최 씨는 "학생들의 꿈이 한국어를 활용해 통역사·번역가가 되거나 한국계 기업에 취직하거나 공무원·외교관이 되는 것"이라며 "대부분 우즈베크어, 러시아어, 영어에 익숙한 데다 한국어도 익히고 있어 4개국어를 구사하는 인재"라고 치켜세웠다.
학당에서 가르치는 읽고 쓰고 말하고 듣기 가운데 최 교사가 좀 더 신경을 쓰는 것은 쓰기다. 한국 유학이나 한국계 기업에 취업하려면 작문 실력도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별도의 워크북을 만들어서 수업마다 다양한 주제로 글쓰기 훈련을 시킨다.
최 씨는 "부임 초기 현지 생활 적응에 도움을 주었던 제자가 지난 9월 순천향대 장학생으로 선발됐을 때 제일 기뻤다"며 "더 많은 학생이 꿈을 펼치는 일을 돕고 싶어서 근무를 1년 더 연장했다"고 말했다.
wakaru@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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